[사설]의원 장관질타, 탓할 일만 아니다

  • 입력 2003년 4월 17일 18시 23분


국회가 의원과 장관들간의 공방으로 뜨겁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조롱과 야유성 발언까지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럴 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난을 받는 쪽은 장관들보다 의원들이었다. 공격을 하는 국회의원은 강자이고 답변에 쩔쩔매야 하는 장관은 약자처럼 비치는 바람에 여론이 은근히 행정부편을 들어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원들의 장관 질타를 일방적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장관들이 설명하는 정책내용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거나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돼 답변 태도가 불성실할 때 이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원이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국민 대표로서 따질 건 따지고 나무랄 것은 나무라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회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이창동 문화부장관의 경우 정부의 신문시장 개입 검토 등 그가 밝힌 언론정책은 문제가 적지 않다. 국민의 편에서 따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원들의 질책에 자주 ‘묵묵부답’의 자세를 보이는 김두관 행자부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다가 뒤에 방송에 출연해 의원들을 비난했는데 이는 국민과 국회 경시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이에 비해 “제가 깨닫지 못한 것을 상임위에 와서 알게 됐다. 국회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는 식으로 정중하게 답변한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국회답변을 통해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개선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장관으로서 국회에 예의를 지키면서 소신을 분명하게 밝히면 큰소리가 나올 이유가 없다.

물론 의원들의 질문자세도 개선되는 것이 좋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말에는 품위와 무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의원들이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데에 정부나 장관 자신이 원인제공을 한 측면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의원들의 질타에 부분적으로 듣기 거북한 부분이 있다 해도 장관들은 늘 그것이 ‘국민의 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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