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승합차는 초등학생 9명을 등교시키기 위해 가던 길이었다. 경찰은 승합차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지난달 3일 오후 6시경 서울 은평구 증산동 주택가에서는 이모군(4)이 자신이 타고 온 B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 장모씨(68)는 경찰에서 “이군을 집 앞에서 내려준 뒤 차를 빼려고 후진했는데 미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B어린이집 원장의 남편인 장씨는 안전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을 실어 나르는 ‘어린이 통학차량’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운전면허만 있으면 아무나 운전할 수 있는데다 운전자와 인솔교사의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시의 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것.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사설 학원이 약 4000개에 이르며 이 학원들이 최소한 하루 평균 차량 0.5대씩만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매일 2000여대의 승합차가 어린이들을 실어 나르는 셈이다.
차량 1대가 어린이를 30명씩 태운다고 가정하면 왕복 60명으로 하루 평균 12만명의 어린이가 안전장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승합차를 타고 다닌다.
여기에 공사립 유치원과 유아원 등을 감안해서 전국 규모로 확대해보면 50만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통학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1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차량은 어린이 신체에 알맞게 승강구 보조발판을 설치하고, 표시등과 안전띠 등 구조 변경을 한 뒤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 운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많은 통학차량이 차량 구조변경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운행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상당수 영세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별도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외주업체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곳을 겹치기로 운행하는 외주업체 차량들은 시간에 쫓겨 어린이의 안전보다는 운행시간 단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안전지도 교사가 통학차량에 탑승하는 동승률도 30%에 지나지 않아 돌발사태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의 잠재적인 사고 위험성이 큰 형편이다.
교통안전공단 황왕희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어린이 통학차량의 운전자를 ‘운전사’라기보다는 ‘교육자’로 보고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 통학차량으로서 어린이 보호장치를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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