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장관은 4선 의원의 관록을 바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대사, 대통령비서실장, 국방장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는 1975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쳐 43세라는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국방장관이 됐다. 그의 장관 재임 중에 크루즈미사일 같은 첨단무기들이 개발됐다. 98년 미국 탄도미사일위원회 의장에 추대되면서 그는 다시 정계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그는 당시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에게 편지를 보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제거하는 전략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다.
▷이처럼 다채로운 삶의 역정과 경력을 지닌 럼즈펠드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이끄는 데 유용했던 경험들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장에 담았다. 이름하여 ‘럼즈펠드 방식’이다. 추려 보면 무려 150여개가 넘는데 그 중 몇 가지만 맛보자. △대통령에게 ‘날카롭게 짖어댈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세상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지 말라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샤를 드골이 말했듯이 세계의 공동묘지에는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로 넘쳐난다 △백악관은 아마추어가 일에 적응해 나갈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A급의 인물은 A급 능력자를 채용하고 B급은 C급 정도나 겨우 채용할 수 있다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생각을 대통령에게 피력할 수 있는 기회마저 차단하지 말라 △모든 일을 대통령이 직접 관장해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나라.
▷“거북은 목을 앞으로 내밀 때만 전진한다.” 럼즈펠드 장관이 가장 좋아하는 좌우명이다. 그는 자신의 원칙 즉 ‘럼즈펠드 방식’에 부합할 때만 움직였다.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될 때만 갑옷 바깥으로 자신의 목을 내밀고 느리지만 단호하게 전진했던 것이다. 마치 거북처럼 말이다. 그의 나이 올해 일흔한 살이다. 이라크전은 바로 이 노익장의 승리였다.
정진홍 객원논설위원·방송인 atombit@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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