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전남 곡성 태안사

  • 입력 2003년 4월 23일 17시 46분


동리산 태인사의 화려한 일주문. 부처님을 향한 일심(一心)을 상징하는 일주문으로 이어지는 길 또한 샛길없는 일자로다.
동리산 태인사의 화려한 일주문. 부처님을 향한 일심(一心)을 상징하는 일주문으로 이어지는 길 또한 샛길없는 일자로다.

하동 광양의 섬진강은 넓기도 넓고 강변 모래 또한 금빛 찬란하다. 그러나 상류 곡성의 섬진은 좁기도 좁고 강심엔 반석처럼 넓적한 바위도 많다. 강 모습 다름은 강을 낸 산 모습의 다름에서 연유할 터. 지리 백운 거산을 가르는 장대한 하류와 달리 상류의 섬진은 크게 이름날 것도 없는 고만 고만한 산 아래 그저 그런 계곡의 개천티를 벗지 못한다. 곡성의 압록은 그런 섬진강이 엇비슷한 보성강과 만나는 곳. 태안사(전남 곡성군·주지 宗大스님·조계종 19교구 화엄사 말사)는 거기서 멀지 않다.

화엄사 지나 들어선 구례. 군청 앞에서 18번 국도(2차로)를 따른다. 녹음방초 신들린 듯 피어나는 춘색 도도한 곡우 막 지난 지금. 4㎞쯤 지나 왼편에 강이 보인다. 섬진강이다. 이 강을 끼고 달리기를 7㎞. 두 물 만나는 압록에서 다리(예성교) 건너 보성을 향한다. 이번에는 18번 국도가 보성강 왼편에 놓인다. 6㎞ 전방. ‘태안사’ 푯말이 보인다.

절은 예서 7㎞. 840번 지방도로는 산과 산이 이룬 골 안을 가른다. 옹색하다 싶을 만큼 좁은 골 안의 평지. 곡성(谷城)은 이름 그대로다. 사방팔방 둘러보아도 온통 산. 절은 길가의 건모(乾毛)마을에서 비포장 산길로 이어진다. 태안사의 진면목은 예서부터다.

세속의 번뇌를 흐르는 물에 내버리고 불법 세계로 입문하는 통로인 능파각.

# 산사앞 200m 푸른 ‘숲터널’

매표소 앞. 녹음 짙은 숲과 계곡의 초입이다. 계곡은 비포장도로(능파각까지 1.6㎞)지만 승용차도 문제없다. 흙먼지 피우며 차로 오르기보다는 숲 향기 맡으며 걷기를 권한다. 계곡 끝에서 만난 능파각(凌波閣). 계곡 가로지르는 다리를 겸한 누각이다. 세속의 번뇌는 다리 아래 던져 버리고 불교로 입문함을 상징한다. 여기서부터는 정말로 걸어야 한다. 일주문으로 이어진 200여m 소담스러운 숲길이 시작된다.

돌을 박아 다진 옛 오솔길. 숲 그늘이 어찌나 짙은지 옷을 벗어 쥐어짜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 하다. 새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부처님 향한 일심(一心)을 뜻하는 일주문. 동량 잘라 세운 기둥의 왼편 밑을 보자. 벌이 집을 짓고 쉼 없이 드나든다. 경내로 오르는 도중. 꿩 다람쥐를 여러 마리 만났다. 사람보고도 도망가는 기색이 아니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탓이다.

이어 경내. 3단 축석의 도량은 산중사찰의 전형이다. 극락보전 처마 아래 풍경소리만이 경내 유일한 소음. 온종일 머물러도 관광객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요함은 태안사의 매력이다.

‘많은 봉우리에 둘린 이곳은 한 줄기 물만 흘러 나갈 뿐이다. 길은 멀고 막혔으되 많은 승려가 이를 수 있고 경치도 절경이니 승도들이 청정함에 능히 안주할 수 있다.’ 한눈에 명당임을 알아보고 여기서 동리산(桐裏山)파 선문을 연 신라 말 혜철 선사(785∼861)의 말씀. 경내 가장 높은 곳에 모셔진 선사의 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절은 동그랗게 둘러싼 산 한가운데 포근히 안기듯 깃들여 있다. 범부의 눈에도 명당이다.

산내 암자 성공전.

태안사는 신라 말 중국 유학파 스님이 전파한 선종(참선 중심) 수행도량인 구산선문(九山禪門·전국 9곳의 선방 사찰) 가운데 하나. ‘용과 신(神)은 상서로움과 기이함을 드러내고 벌레와 뱀은 그 독성을 숨기며 소나무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구름은 찾아와 깊이 숨는 이곳.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따뜻하니 수행하기에 뛰어난 곳이다.’ 선사의 이 말씀은 그대로 이뤄져 1200여년간 화두를 틀어잡고 용맹 정진해온 선방 수좌의 수행터가 됐다. 예나 지금이나. 산내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참선수행이 한창이고 동안거 하안거에는 수십 명의 선승이 앞 다투어 찾는다.

어머니 품안처럼 포근한 태안사. 여기 발 들이면 속인일지라도 숨겨진 불성이 지긋이 고개 들며 선객이 되고 싶은 성정에 마음이 흔들린다. 경내 ‘적묵당(寂默堂)’은 그런 세인을 위해 최근 문을 연 참선 수행 공간. 새소리 풍경소리 벗해 세속의 상념 털어버리고 단 한순간이라도 진실하게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이 봄날, 태안사에서.

곡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일반인 위한 참선공간 열어

어머니 품안처럼 포근한 태안사. 여기 발 들이면 속인일지라도 숨겨진 불성이 지긋이 고개 들며 선객이 되고픈 성정에 마음이 흔들린다. 경내 ‘적묵당’(寂默堂)은 그런 세인을 위해 최근 문을 연 참선 수행 공간. 새소리 풍경소리 벗해 세속의 상념 털어버리고 단 한순간이라도 진실하게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이 봄날, 태안사에서.

곡성에서는 다양한 자연체험을 할 수 있다.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위) 벼 탈곡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곡성=조성하기자

●'꼴짝나라' 전남 곡성 체험여행

‘골짝나라’ 곡성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은 체험여행지로 그만이다. 개발된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섬진강과 보성강 태안사를 두루 아우르는 자전거 투어 코스, 전래의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팜 스테이 농촌체험학교’(운영위원장 이강선)가 있다.

▽자전거 하이킹〓강변 및 태안사 등 네 코스가 있다. 섬진강변 제 1코스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전용도로나 다름없다. 나룻배로 강을 건널 수도 있다. 현재 340대 보유 중. 대여소는 가정리(고달면) 가정철교 건너편에 있다. 대여료는 하루 3000원(2인용은 4000원). 오전 9시∼오후 7시. 061-362-3109, 011-9667-4787.

▽농촌체험학교〓농촌의 폐교의 교실을 개조, 체험장을 두고 1년 내내 홀 태질(벼 훑기)과 새끼 꼬기, 가마니 짜기를 직접 체험하도록 한다. 벼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체험 공간.

체험장인 ‘아버지 사랑방’에서는 볏짚으로 멍석 삼태기 가마니 소쿠리 등을 짠다. ‘동심의 놀이방’에서는 팽이치기 연 만들기 얼레만지기 등을 경험한다. ‘어머니 안방’에서는 물레 돌려 목화씨에서 하얀 솜을 꺼내어 무명실을 만든다. ‘봉조댁 아줌마 방’은 산새 울음소리 들리는 휴게실. 마을 주민이 직접 담근 매실차도 맛 볼 수 있다.

봄철에는 들과 산으로 들꽃을 보러 나간다. 요즘 산에는 자운영, 산기슭 복숭아 과수원에는 복사꽃이 한창. 봄나물 철에는 나물 캐기 체험도 한다. 냉이 씀바귀 보리냉이 쑥 취 고사리 등이 난다. 여름에는 쪽대나 낚시대로 피라미 등 민물고기를 잡는다. 강에서 다슬기,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도 잡고 모내기 김매기 체험도 한다. 또 봉숭아 물 들이기, 빈대떡 부쳐 먹기, 장독대 들여다보기 등 농촌체험도 마련돼 있다.

● 이용정보

①예약=개인, 단체 모두 가능. 도착 4, 5일 전 예약 필수. 061-362-5214

②체험비용=농촌체험은 △1일 △숙박의 두 종류가 있다. 1일은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숙박(온돌방 민박)은 2만원(4인 1가족).

③특별체험=세 종류. △시골음식=마을부인회 제공 산채나물 백반(4000원) △찹쌀떡(인절미 쑥떡)만들기=쌀 2되 당 2만원. 떡치기 용 떡살 및 콩가루 제공. △도자기 체험=흙 빚기, 초벌, 재벌구이.

④홈페이지=△곡성군청 www.gokseong.go.kr

⑤찾아가기=곡성군 오곡면 봉조리. 치포치포 행사장 앞.

●연화가든 '대사리 수제비'

“대사리요. 보통 다슬기라고 하지요. 대사리는 곡성사람들 말이지요.”

보성강이 내려다보이는 강안의 18번국도변의 강안. 그리 깊어 보일 것 같지 않는 느릿한 흐름의 맑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식당 ‘연화가든’(주인 조복현) 평상에 앉아 수제비(사진) 한 그릇을 받았다. 하얀 밀떡 아래로 연두빛 도는 걸쭉한 국물이 담겨 있다. 그 빛깔은 우려낸 다슬기에서 나온 것. 보드라운 밀떡을 국물과 함께 떠서 입안에 넣었다. 독 오른 풋고추 다져 넣은 탓에 매운 기운이 입안에 확 돌면서 재채기가 터져 나온다.

기자를 이 식당으로 안내한 태안사 무공스님의 말. “화학조미료 안 친 것인데도 맛이 괜찮지요.” 스님들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라는 말이다. 쫀득한 밀떡, 감칠맛 나는 국물. 맛도 맛이지만 이 다슬기가 아래 보성강에서 주민들이 직접 잡아온 것이라는 점이 더 특별했다. 밀떡 역시 기계가 아니라 직접 손으로 뜯어 넣은 것.

“대사리는 오염된 강에서는 절대 나지 않지요. 곡성에 공장이요? 주변에 면이 네 개나 되는데 공중목욕탕 하나 없을 만큼 가난한 곳이라서 공장 같은 오염원이 전혀 없어요.” 지나던 한 주민의 말. 식당주인 조씨는 거든다. “제가 원래 낚시광인데 이 식당 낸 뒤로는 어부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에도 그물에서 쏘가리 메기 등 민물고기를 많이 건졌다”고 말했다. 식당 밖 수족관에 펄펄 살아 돌아다니는 민물고기가 모두 그의 ‘전리품’. 참게도 보였다. 위치는 18번국도 태안사 입구에서 보성 창촌 방향으로 4㎞ 지점 왼편. 연중무휴, 오전 10시∼오후 10시. 061-362-5392

○ 여행정보

찾아가기 △대중교통수단 ①철도=서울→곡성 새마을호(2회·4시간) 무궁화호(13회·4시간30분), 서울→구례구역 새마을호(2회) 무궁화호(14회) ②버스=광주는 고속버스(두암동), 전주 남원 구례 순천 하동 대구 대전은 직행버스 운행. ③태안사행 군내버스=곡성 읍 출발, 월등 행 하루 7회(31.8㎞). 건모마을 앞 하차. △손수운전=대전진주고속도로∼장수IC∼19번국도∼남원∼지리산온천∼구례. 여기서 길은 두 개. 섬진강 따라 가기(기사 참조)와 18번국도∼17번국도(순천 방향)∼승주 이정표(신호등 앞 우회전)∼857번 지방도∼840번 지방도∼건모마을∼태안사.

태안사=매표소 061-363-6669. 입장료 어른 1500원, 어린이 1000원.

○ 패키지 여행상품

산사 세 곳을 들르는 ‘삼사순례’ 일정(서울출발 무박2일). 선암사(새벽예불)∼낙안읍성 민속마을∼보성 차밭∼대원사(백제고찰)∼태안사. 26일, 5월 3일 출발, 버스 왕복. 4만8000원.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전남곡성=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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