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있는 ‘퓨전21’은 세상이 온통 꽃밭이다. 400평 남짓한 펜션 앞마당에는 주인장이 정성스레 가꿔 놓은 분재 화분과 철쭉, 허브, 들꽃이 어우러져 손님을 맞는다. 산자락을 병풍 삼아 넓은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앉은 모습은 배산임수(背山臨水) 그 자체다.
조남국(51) 유수용씨(48) 부부는 2001년 10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틈틈이 배워 둔 분재를 테마로 펜션 창업에 나선 것.
도시민들에게 전원생활의 기쁨을 안겨 주고 싶어 펜션 이름도 도시와 농촌의 ‘융화’를 의미하는 퓨전(fusion)으로 지었다.
“소나무는 점잖아 보여도 꽤 까다로운 성격을 지녔어요. 뿌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박테리아가 있는데 질척한 곳을 싫어하거든요. 이 때문에 소나무는 물이 괴지 않도록 땅을 북돋아 심어줘야 돼요.”
펜션 주인인지 식물원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나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답변하다 보면 하루가 가는 줄도 모른다.
펜션은 보통 20, 30대 젊은이가 즐겨 찾지만 이곳은 다르다. 분재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 단골고객이 10∼20%이다.
우연인지 행운인지 8㎞ 떨어진 곳에 20만평 규모의 ‘한택식물원’이 이달 개장해 분재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분재에 호기심을 갖기에 무리인 젊은 고객을 위해 조씨는 탁구대, 당구대, 음악감상실, 산책용 자전거 등 별도의 오락거리도 제공한다. 부인 유씨가 한 여성단체 사물놀이 풍물패로 활동하고 있어 대학 풍물 동아리도 심심찮게 찾아온다.
퓨전21의 연간 평균 객실가동률은 50%를 약간 웃돈다. 올 1∼3월 비수기에도 찾는 손님이 꾸준해 객실가동률이 40%를 넘어섰을 정도.
다달이 들어오는 수익의 절반은 조경 관리에 재투자한다. 조씨는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내 집을 가꾼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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