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국정원개혁 정략적 접근 안돼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26분


국가정보원의 개혁·개편 논의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은 곧 자체 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고 시민단체들도 나름대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이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 지난날 국가최고 정보기관이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정치사찰 인권침해 등 숱한 월권과 탈선을 저질러 온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조직과 기능을 과감히 수술해 권한의 오·남용 소지를 없애는 등 근본적 개혁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한나라당의 국정원 폐지 주장이다. 정부의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은 야당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지만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공감을 받기 어렵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으로 규정된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국가 존립에 필수 불가결한 조직이다. 이런 중요한 조직의 책임자와 기조실장으로 대북 시각이 불분명한 특정 인사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이들의 취임 후 돌연 국정원을 없애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인사 불만에 따른 거대 야당의 정략적 접근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해외정보처 신설 공약을 비난하고 대신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원천 금지, 국정원 중립화 달성’을 국정원 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것과도 모순되는 일이다. 그동안 국정원의 방첩활동 강화를 수없이 외쳤던 과거 안기부 차장 출신의 정형근 의원이 당내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기획단’ 단장으로 이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국가안보가 걸린 중요한 국정원 개혁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나라당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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