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파일공유시스템 ‘냅스터’가 2001년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미 연방법원의 폐쇄 명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저작권 싸움은 음반업체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진일보한 파일공유시스템이 나왔다. 미 연방법원은 지난달 18일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음악을 불법복제할 때 그록스터와 카자를 이용하긴 하지만 이들 회사에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사용자간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을 주고받는 시스템이어서 냅스터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음반업체들이 개별 네티즌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음반업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인터넷 불법복제로 세계에서 연간 43억달러의 피해를 본다니 그럴 만도 하다. 유니버설뮤직그룹, BMG, EMI 등 세계 5대 음반업체들은 최근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불법 다운로드를 시도하면 컴퓨터를 일시적으로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거나 개별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에 보관된 불법 음악파일을 찾아내 삭제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음반업체뿐이 아니다. 팝가수 마돈나는 새 앨범에 수록된 음악이 불법 다운로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악파일 교환사이트에 가짜 파일을 돌렸다가 분노한 해커들의 해킹공세를 받기도 했다.
▷‘한국판 냅스터’로 불린 ‘소리바다’ 운영자 양모씨 형제에 대해 법원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불법복제는 네티즌들이 저지른 일인데 인터넷에 프로그램만 제공한 양씨 형제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소리바다 외에도 ‘e동키’ ‘V셰어’ 등 비슷한 파일공유프로그램들이 등장한 판국에 소리바다를 처벌해봐야 판결의 실익이 없다는 점도 참작됐을 것이다. 한국의 음반업체들도 이제 불법복제를 개별 네티즌에게 문제 삼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빠르게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을 법이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저작권자, 콘텐츠사업자, 서비스업체, 네티즌을 모두 만족시킬 묘안은 없을까.
김상영 논설위원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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