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티샷은 페어웨이 한 가운데로 270m 가까이 날아갔다. 최고의 샷을 구사한 것.
박세리의 피니시 동작에는 ‘작은 비밀’이 숨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시간.
박세리는 공을 잘 쳤을 경우 피니시 동작을 취한 후 2∼3초가 지나서야 자세를 푼다. 반대의 경우에는 바로 클럽을 내린다.
억지 주장이 아니다. 3일 동안 박세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밀착 취재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동아닷컴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경기 용인시 88CC 서코스(파72)에서 열린 2003 MBC Xcanvas여자오픈(총상금 1억5000만원) 3라운드 전 경기를 동영상으로 동행 취재했다. 박세리의 주요 경기 장면을 3회에 걸쳐 동영상으로 서비스 한다.
▼1라운드▼
▽1번홀(par4.373yards·341m)
박세리는 분홍색 민소매 셔츠와 흰색 ‘7부 바지’를 화사하게 차려입고 경기장에 나왔다.
드라이버로 티샷. 약 240m를 날아간 볼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했다. 슬로우모션 화면으로 티샷하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다운스윙시 손목이 약간 꺾인 상태에서 클럽보다 먼저 회전하다 타격순간 풀어지며 클럽과 일직선이 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약 100m를 남겨두고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해 그린 오른쪽에 올리는 데 성공. 하지만 약 6m 거리의 내리막 경사에서 시도한 버디 퍼팅은 조금 짧아 실패, 파 세이브에 만족했다.
▽3번홀(par3.154yards·141m)
8번 아이언을 잡은 박세리는 티샷을 핀 오른쪽 약 5m지점에 붙였다. 내리막 경사. 박세리는 오른쪽 경사를 이용해 이날 첫번째 버디를 낚았다. 갤러리들이 앞다투어 “잘한다”, “멋쟁이”를 외치며 박세리를 격려했다. 티샷+버디퍼팅
▽4번홀(par5.521yards·476m)
박세리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해 240m정도 볼을 날렸다. 하지만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 샷이 그린 조금 못미쳐 왼쪽에 입을 벌리고 있던 벙커 바로 앞 러프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티샷+세컨드 샷
박세리는 웨지로 볼을 높이 띄웠다. 하지만 볼은 그린이 떨어지며 백스핀이 먹지 않아 핀을 약 6m 지나 멈춰섰다. 박세리는 경사를 이용하기 위해 핀 오른쪽으로 볼을 살짝 굴렸다. 핀까지의 일직선상과 50cm정도 사이를 두고 굴러가던 볼은 홀에 거의 근접해 속도가 줄더니 거의 90도로 휘어지며 홀컵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갤러리들은 ‘신기의 퍼팅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3rd샷+3rd샷 슬로우모션+버디퍼팅(=MBC화면)
▽5번홀(par4.374yards·342m)
티잉 그라운드에서 스푼을 꺼내 든 박세리는 특유의 다이내믹한 스윙으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지점(약 220m거리)까지 볼을 날렸다. 뒤에서 촬영한 스윙 장면(특히 슬로우 모션)을 통해 박세리가 얼마나 백스윙을 크게 가져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티샷(뒷모습)+슬로우
박세리는 웨지로 세컨드 샷을 시도했지만 볼은 왼쪽으로 휘어지며 그린 옆 둔덕에 떨어졌다. 세컨드샷(MBC화면)+웨지샷 (정면)+슬로우모션
박세리는 둔덕 뒤에서 볼을 살짝 띄워 내리막 경사를 이용했지만 볼은 홀컵 약 2m 앞에서 멈춰섰다. 파 퍼팅마저 홀컵을 돌아 나와 박세리는 이날 첫 보기를 범했다.
어프로치샷+슬로우+어프로치 풀화면(MBC)+파퍼팅+보기퍼팅
▽6번홀(par4.326yards·298m)
드라이버로 270m부근까지 티샷을 날린 박세리는 세컨드 샷이 조금 길어 그린 뒤 끝부분에 공이 멈춰섰다. 약 8m의 내리막 경사에서 시도한 버디 퍼팅은 홀컵을 빙글돌아 나왔다. 갤러리들은 안타까운 탄성을 내질렀다. 짧은 거리의 파퍼팅은 무난히 성공.
느린화면을 통해 박세리가 큰 스윙을 함에도 불구하고 허리축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세리와 정일미 스윙 비교
1라운드에서 같은조에 묶여 치열한 접전을 펼친 두 선수의 스윙을 비교해 보자. 일단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까지는 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다운 스윙때부터 미세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앞서 언급했듯 박세리는 큰 스윙을 함에도 불구하고 허리축이 고정된 상태에서 스윙을 하는 반면 정일미는 허리축이 살짝 이동하는 것을 볼수 있다. 박세리-정일미 스윙 비교
▽8번홀(par5.461yards·422m)
드라이버로 티샷을 240m가량 날려보낸 박세리는 페어웨이우드로 세컨드 샷을 쳐 그린 앞 10m근처 까지 볼을 보냈다. 티샷+세컨드샷+페어웨이 우드 샷 슬로우모션
오르막 지형에 있는 볼을 웨지로 찍어쳤지만 너무 짧아 홀컵 약 8m앞 그린에 멈추는데 만족해야 했다. 버디퍼팅은 방향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홀컵을 지나 파 세이브에 만족. 어프로치샷+버디퍼팅+파퍼팅
《9번홀에서 15번 홀까지는 촬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꽤 무거운 방송용 카메라 삼각대(트라이포드)를 운반하던 저희 촬영 스태프 중 한명이 더위에 체력이 바닥이나 그만 탈진 직전까지 갔거든요.--; 박세리 선수가 9번홀에서 15번 홀을 도는 동안 저희는 그늘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정말‘달콤한 휴식’이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가 원기를 회복해 16번 홀부터는 정상적으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16번홀(par4.399yards·365m)
티잉그라운드 앞에 워터헤저드, 그 뒤 페어웨이 오른쪽에 벙커 3개가 자리잡고 있는 이 홀에서 박세리는 장타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같이 라운딩한 정일미와 이미나는 가운데 벙커위로 안전하게 볼을 날려보냈으나 박세리는 과감하게 벙커 위쪽 나무숲을 넘겨 경쟁자들보다 10m 이상 앞에서 세컨드 샷을 날렸다.그린을 100여m남겨둔 페어웨이 왼쪽끝에서 시도한 세컨드 샷은 홀컵 왼쪽 3m부근에 안착. 티샷+어프로치 샷+어프로치 샷 슬로우 모션
어프로치 샷의 느린 화면을 보면 다운스윙할때 엄청남 헤드스피드로 인해 샤프트가 휘어지는 모습을 볼수 있다.
▽17번홀(par4.318yards·291m)
박세리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쳐 볼을 그린 60m전방까지 보냈다. 하지만 세컨드 샷이 ‘뒷땅’을 쳐 30m정도 밖에 전진시키지 못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박세리는 세계 최 정상급 스타 다운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며 파를 세이브 했다. 박세리는 정교한 어프로치 샷으로 볼을 홀컵 약 50cm에 붙여 가볍게 파 퍼팅을 성공시켰다. 티샷+세컨드샷+어프로치샷+어프로치샷 슬로우 모션+파퍼팅
▽18번홀(par5.521yards·476m)
드라이버로 티샷을 250m 정도 날린 박세리는 3번우드로 세컨드 샷을 해 그린 20m전방까지 볼을 보냈다.
하지만 3번째 샷 위치는 좋지 않았다. 페어웨이 왼쪽 언덕에 볼이 선 것. 박세리는 경사진 언덕 위에서 높은 탄도의 클럽을 활용, 볼을 높이 띄워 그린 안착에 성공했다. 언뜻보면 헤드업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느리화면을 통해 보면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홀컵 약 5m부근에서 시도한 버디퍼팅은 실패했지만 파는 무난하게 세이브. 박세리는 첫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 공동2위를 마크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