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저자가 이 책에서 던지는 문제제기는 끝이 없다.
실질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 금융 부담이 없는데도 적자를 내는 기업은 살아있다고 봐야 하는가. 감자(減資)를 거듭하면서 한편으로는 채권은행을 통해 공적자금을 삼키는 하이닉스반도체는 어떻게 볼 것인가. 5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명성과 수익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사업에 쏟아 부은 현대상선은 또 어떤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은 공적자금을 받아 겨우 우리은행으로 소생하고는 다시 공적자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대우증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는데 제대로 된 일일까.
우리와 주변의 이웃들은 또 어떤가. 남들 다 쓰는 신용카드라고 해서 무조건 만들고 무조건 쓴 결과는 결국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아닌가.
금융전문가인 저자는 ‘제로금리’로 상징되는 디플레이션(장기불황)이 조만간 한국 사회를 엄습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충격 등 단기성 충격을 제외하고는 40여년간의 성장신화에 익숙해 온 우리에게 ‘다른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는 냉정한 결론이다.
‘지금은 어려워도 앞으로는…’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미래를 낙관해왔다면, 다분히 충격적인 이런 주장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무거운 주제지만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는 게 장점. 냉소적인 문체는 오히려 해학적으로 느껴진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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