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프로야구 LG전에서 9회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린 다음날 현역 최고참 포수 김동수(35·현대)는 자신의 홈페이지(http://myhome.naver.com/kimdongsoo/)에 이런 글을 띄웠다. 너무나 소박한 목표다. 그러기에 김동수의 야구 사랑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따지고 보면 김동수에겐 올 시즌 그라운드에 설 수 있었던 것만도 고마운 일. 14년차인 그는 하마터면 올 시즌 옷을 벗을 뻔했다. LG 삼성을 거쳐 세 번째 팀인 SK에서 지난해 시즌 뒤 방출당했기 때문. 말이 좋아 자유계약선수지 용도폐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절반 가까이 연봉이 깎인 1억원으로 네 번째 팀인 현대에 어렵게 둥지를 틀긴 했지만 그에게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박경완이 빠진 주전 포수 자리를 2년차 강귀태가 꿰차 김동수에게 돌아올 몫은 백업포수나 간간이 돌아오는 대타 자리 정도였기 때문.
그런 김동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강귀태가 시즌 두 번째 경기인 지난달 6일 롯데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한 달간 자리를 비우게 된 것. 마스크를 넘겨받은 김동수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지금 강귀태의 무릎은 완쾌됐지만 현대 주전포수는 여전히 김동수다.
김동수의 기록은 놀랍다. 23일 현재 팀이 치른 39경기 중 35경기에 나와 타율 0.294로 타격 18위. 홈런도 4개나 때려냈다. 출루율은 0.388로 7위. 타격은 8개 구단 주전 포수 중에서 최고. 22일 LG전 극적인 동점홈런은 팀이 올 시즌 LG와 6차례 대결 만에 첫 승리를 따내는 기폭제가 됐다.
김동수는 수비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21차례 도루 저지는 8개팀을 통틀어 최다. 다승 1위를 달리는 정민태(7승)와 4위 바워스(5승1패)가 자신있게 볼을 뿌리는 것 역시 6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던 김동수의 노련한 리드 덕분이다.
“요즘 회춘했다는 소리가 인사가 되었어요.”
김동수는 “다시 주전으로 뛰면서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회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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