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벌써 11번째 나온 부동산 안정대책이다. 이처럼 대책을 남발하는데도 ‘약효’가 없는 것은 정부가 과열의 근본원인은 그대로 둔 채 나타난 증상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즉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예금에 대한 이점이 사라진 데다 주식시장까지 침체돼 갈 곳을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데 이번에도 원인치료 얘기는 없다.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부동산투기만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 없다는 정책 선택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한 달에 2건 이상씩 대책이 나왔다는 것은 정부가 그때그때 눈앞에 닥친 문제만 단기적으로 해결하려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예컨대 국세청 직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 600곳에서 상주 조사하겠다는 것은 효과 유무를 떠나서 치졸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중개업소를 범법자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개인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렇게 강압적인 수단과 지엽말단적인 대책에나 의존하려 드니까 국민이 부동산정책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경제현상은 각 부문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연계해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돈이 흘러갈 곳이 없다면 돈의 물꼬를 터 주는 일이 우선이다. 부동산 쪽에서 터져 나오는 돈의 물줄기를 세무조사를 통해 누른다 해도 결국은 수압을 견딜 수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부동산 안정책은 돈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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