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안정대책 얼마나 더 나올까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3분


수도권과 충청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국세청 조사요원 3000명을 투입하고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강도 높은 부동산 안정대책이 나왔다. 부동산시장 과열의 진원지인 재건축아파트에 대해서는 사실상 후분양제가 도입된다. 현 시점에서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망라한 백화점식 대책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과 싸우기 위해 앞으로 또 얼마나 실효성 없는 대책을 더 쏟아낼지 궁금하다.

올 들어서만 벌써 11번째 나온 부동산 안정대책이다. 이처럼 대책을 남발하는데도 ‘약효’가 없는 것은 정부가 과열의 근본원인은 그대로 둔 채 나타난 증상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즉 초저금리로 인해 은행예금에 대한 이점이 사라진 데다 주식시장까지 침체돼 갈 곳을 찾지 못한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데 이번에도 원인치료 얘기는 없다.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부동산투기만을 잡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 없다는 정책 선택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올 들어 한 달에 2건 이상씩 대책이 나왔다는 것은 정부가 그때그때 눈앞에 닥친 문제만 단기적으로 해결하려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예컨대 국세청 직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 600곳에서 상주 조사하겠다는 것은 효과 유무를 떠나서 치졸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중개업소를 범법자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개인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렇게 강압적인 수단과 지엽말단적인 대책에나 의존하려 드니까 국민이 부동산정책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경제현상은 각 부문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와 연계해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돈이 흘러갈 곳이 없다면 돈의 물꼬를 터 주는 일이 우선이다. 부동산 쪽에서 터져 나오는 돈의 물줄기를 세무조사를 통해 누른다 해도 결국은 수압을 견딜 수 없다. 지금 가장 필요한 부동산 안정책은 돈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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