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학자들은 개가 보이지 않는 것, 잠재의식과 무의식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세계의 원시신화 속에서 낮엔 인간의 친구로, 밤엔 죽음의 안내자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개의 양면성과 권력의 속성이 비슷한 까닭일까. 개는 권력을 둘러싼 상징어로 종종 언급된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의 입을 통해 “수염이 하얀 사람들이 개처럼 아첨해서 나에게 미처 검은 수염도 나기 전에 흰털이 났다고 했다” “개라도 상당한 위치에 있다면 인간은 거기에 복종한다”고 개탄했다. 권력을 대하는 인간 속성에 관한 통렬한 풍자다.
▷세계의 지도자를 개에 빗댄 정치 우화집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이 화제다. 프랑스의 작가와 화가는 본래 ‘개 같은 녀석’과 ‘귀여운 강아지’의 두 부류로 나누고 싶었지만 개중엔 ‘비교적 민주적 선거절차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된 녀석’도 있기에 할 수 없이 사냥개 및 전투견, 경비견, 애완견의 세 그룹으로 공정하게 나누었다고 익살을 떤다. 세계인이 개판이라고 보는 전미 애견대회에서 미국민의 애견으로 뽑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개조심, 접근금지’의 주인공 사담 후세인은 사냥개 및 전투견 그룹에 속한다.
▷한국산 진돗개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그룹이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꼴통 정신, 열 받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짖는 성질과 함께 곧잘 우는 연약한 면이 소개됐다. 청와대측 시각에선 ‘악의적 비판’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출판사측에선 오히려 견권(犬權)을 걱정한다.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인들과 비교된 데 분노한 동물보호협회 쪽에서 출판정지가처분 신청이라도 낼까봐서다. 아닌 게 아니라 영국 애버딘대 마틴 고맨 교수팀은 아프리카 사냥개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이 인간보다 최고 2배가 많다고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개들이 정치놀음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정치인들과 비교된 것을 알면 물려고 덤벼들지 않을까 궁금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45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