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전문대를 포함해 모두 6만명의 교수가 있다. 대학에는 이들 말고도 시간강사 8만4000명, 조교 2만6000명이 교수들을 보좌하며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교수와 시간강사는 신분과 대우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시간강사는 시간당 평균 2만3000원의 강사료를 받는데 한마디로 교통비 수준이다. 대외적으로 교수라는 직함이 명예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시간강사는 ‘보따리 장사’ ‘캠퍼스의 노예들’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교수가 되기까지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시간강사 문제는 대학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대학사회에는 아직도 사제지간이라는 유교적 질서가 팽배해 있다. 스승이나 선배 교수를 비판하는 일이 금기시되어 있고 만약 이를 거스르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시간강사가 교수로의 신분상승을 바란다면 이런 질서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 비판과 토론이 생명인 대학사회에서의 이런 전근대적 풍토는 국제경쟁력 침체를 부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시간강사들이 생계에 쪼들리다 보면 다른 부업을 찾아나서는 등 연구에 소홀하게 되는 점이다. 대학의 연구기능을 좀먹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월 강사료 수입이 40만원인 어느 시간강사가 자살을 선택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으로 보인다. 시간강사로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처지에 공감하고 영정 앞에 함께 눈물을 흘릴 것 같다. 시간강사의 죄라면 학문의 길을 택한 것뿐인데 이들의 고통이 누적된다면 앞으로 누가 학문을 하려고 할지 걱정스럽다. 이들이 하는 수 없이 외국의 일자리라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은 곧바로 두뇌유출이 된다. 대학이 처우개선과 교수임용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대학마다 요즘 경영난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으니 누가 이들에게 신경을 써줄까 답답한 마음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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