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무적함대가 프랑스의 붉은 흙 코트에서 부활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테니스대회인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8강 진출자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스페인 출신 선수들로 채워진 것. 어릴 적부터 클레이코트에 친숙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토미 로브레도, 카를로스 모야, 알버트 코스타가 바로 그들. 뉴욕 타임스는 ‘이제 (프랑스오픈이 아니라) 스페인오픈이다’라고 표현했을 정도.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스타는 세계 31위의 신예 로브레도(21). 3일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단식 4회전에서 로브레도는 15번 시드인 ‘삼바 테니스의 기수’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을 3-1(6-4, 1-6, 7-6, 6-4)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3회전에서 세계 1위 레이튼 휴이트(호주)를 꺾은 데 이어 이 대회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린 쿠에르텐마저 침몰시키며 일약 ‘강호 킬러’로 떠오른 것. 로브레도는 “에이스(휴위트)를 꺾었고 킹(쿠에르텐)도 꺾었으니 이제는 퀸(코스타)을 꺾어야 하는 것이냐”며 신세대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카드의 패 순서에 빗대어 말한 것.
2001년 남자프로테니스(ATP) 사상 두 번째 최연소(19세8개월)로 30위에 진입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로브레도는 지난해 우승자인 9번 시드의 ‘마라톤 맨’ 코스타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여기서 이길 경우 지난해 준우승자인 페레로와 맞붙을 공산이 크다.
한편 개최국 프랑스의 ‘희망’ 아르노 클레망은 16강전에서 코스타에게 0-3으로 완패해 탈락했다. 이로써 프랑스 선수는 단 1명도 남자단식 준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프랑스의 야니크 노아가 1983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파리지앵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여자복식 4회전에선 ‘코트의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와 호흡을 맞췄으나 다니엘라 한투호바(슬로바키아)-찬다 루빈(미국)조에게 1-2로 패해 탈락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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