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학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 지위를 굳히게 된 배경에는 과거보다 한층 막강해진 경제력이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통계에 따르면 90년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6대 강국의 경제력(GDP 기준)은 미국의 1.7배였지만(미국 5조4230억달러 대 6대 강국 9조510억달러), 99년에 와서 이 수치는 1.2배로 줄어들었다(미국 9조2000억달러 대 6대 강국 10조8320억달러). 미 조지타운대의 존 아이켄베리 교수는 ‘도전자 없는 미국’(2002년)이란 책에서 90∼98년 미국의 경제력이 27% 증가한 데 비해 유럽연합은 15%, 일본은 9% 경제성장을 이뤘을 뿐이라고 적시했다. 지난 10년 사이에 미국과 나머지 세계의 경제규모 차가 점점 좁아졌고 그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군사력 부문만 놓고 보면 미국의 국력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정보 및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버코위츠 박사(미 후버연구소)의 근간 저서에 따르면 2003년 세계 모든 국가들의 국방비는 7500억달러, 이중 미국의 국방비가 3800억달러란다. 이제까지 세계 2∼15위 국가를 합한 것보다 많다는 식으로 설명해왔던 미국 국방비가 이제는 세계 모든 나라의 국방비보다 많다고 고쳐서 말해야 할 판이다. 한 술 더 떠 미국은 앞으로 6년간 매년 200억달러씩 국방예산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9·11테러 이후 미국은 국력의 보이지 않는 부분인 국민의 애국심과 국가전략면에서도 전에 없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10년 넘게 골치를 썩이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거의 혼자 힘으로, 그것도 불과 3주일 만에 무너뜨린 미국이다. 그런 미국을 상대로 북한이 핵개발을 빌미로 ‘시소게임’을 하자고 덤빈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너무 불안하고 안타깝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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