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철수/특검수사 '압력'은 위법이다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22분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자 정치권이 잇달아 시비를 걸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검법을 왜 거부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에 대해 “권력남용과 부당대출의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하고 해명했다. 반면 강금실 법무장관은 특검 수용 여부를 결정했던 3월14일 임시국무회의에서 법무부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고했다고 뒤늦게 밝힌 뒤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안인 만큼 국무위원으로서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혀 개인적으로는 특검 수사에 반대라고 말했다.

▼정치권 수사비난은 권력 남용 ▼

특검 법안을 거부하지 않은 국무회의의 결정은 타당했다. 노 대통령 당선자는 당초 이 문제를 검찰에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라고 주문했다가 그 뒤 진상을 밝히되 그 주체와 절차 범위는 국회에서 처리하도록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특검법안 작성에 들어갔고, 여당의 퇴장에 따라 야당 단독으로 이를 통과시켰던 것이다. 당시 검찰이 이 사건을 조사했더라면 특검법은 제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당 의원 30명은 3일 “특검이 최근 진상규명보다 실정법의 잣대를 일방적으로 앞세워 사법처리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과 우려를 표한다”며 특검 수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일 “특검도 정치적 문제를 고려해 남북문제 훼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적 평가 등 두 가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법무도 “대북송금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강 법무, 여당 의원들의 이러한 발언은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

특검법의 개정 여부는 국회의 몫이지만 일단 만들어진 특검의 수사에 대한 간섭은 실정법 위반이다. 특검법은 ‘특별검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해 그 직무를 수행한다’(제4조)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치권이 수사에 압력을 넣는 것은 불법적인 수사방해 행위다. 국회가 국정감사나 조사를 할 때도 현재 진행 중인 수사사건에는 감사나 조사를 할 수 없도록 해 수사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특검 수사를 사법적 테러’라고 하여 규탄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다.

특검법은 수사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2조). 특검은 현대의 대북송금 의혹사건과 그에 관련된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비리의혹 사건 전반을 수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특검은 일단 임명된 이상 진상을 있는 그대로 수사해야 하며 결과를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사범심사의 대상이 되느냐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고 특검은 불법을 발견할 경우 당연히 기소해야 한다. 특검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법이 정한 수사의 범위를 축소할 수 없다.

현대의 대북송금 문제는 그것이 개발이권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규범이 금지하는 뇌물제공 행위다. 만약 부패방지법 등이 규정한 뇌물이 아니라면 왜 비밀로 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 정부당국자도 산업은행에 압력을 가해 불법대출을 하도록 시켰다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아야 한다. 개인적인 선물을 500만달러나 제공했다고 한다면 이는 가중처벌 사유가 된다.

▼통치행위 판단앞서 진상규명을 ▼

현대가 제공한 현금이 핵개발 비용이나 군사력 강화에 사용됐다면 이는 명백한 이적행위에 해당한다. 북한에 쌀 비료 의복 등을 인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동포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북한 정권에 현금을 제공하는 것은 반국가단체를 지원해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는 데 기여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대통령의 행위가 통치행위냐의 문제는 차후 문제이고 우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그동안의 비밀송금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의 불신을 받았고, 북한은 이를 조공(朝貢)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현금 제공의 이적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은 의무를 다해야 한다. 특검은 정치적 압력에 결코 굴해서는 안 된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