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상목(32·사진)은 지난해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내가 야구를 그만뒀으면 올해 뭘 하고 있었을까.’
90년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상목은 그동안 팬들에게 강한 기억을 남기지 못한 선수. 한화가 우승한 99시즌엔 14승을 올렸지만 그때를 제외하곤 ‘평범한’ 투수에 가까웠다. 2000년엔 투수에게 모험이랄 수 있는 오른쪽 어깨수술까지 해 재기여부도 불투명했다.
수술 후 2001시즌에 선발과 마무리를 겸하며 7승8패 5세이브의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지난해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7패 3세이브 평균자책 6.10에 그쳤다.
이상목이 이런 성적을 거둔 데에는 본인의 슬럼프와 함께 이광환 전 감독과의 껄끄러움도 영향을 끼쳤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고정돼 3세이브를 거두며 괜찮았는데 이후 2경기 정도 구원으로 나갔다가 속된 말로 ‘말아먹었죠.’ 한데 그 후 감독님이 날 안 쓰더라구요. 그 뒤부터 선발도 아니고 마무리도 아닌 묘한 상황이 시즌 내내 계속됐어요.”
올해 연봉 6500만원. 남들은 쉽게 1억을 넘기는데 프로 14년차치곤 창피한 수준이었다. 올해만큼은 한번 잘 해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
다행히 유승안 감독과는 ‘코드’가 잘 맞았다. 역할도 선발, 마무리를 겸하는 ‘마당쇠’가 아니라 선발로만 고정됐다.
시즌 초부터 승승장구해온 이상목의 성적은 12일 현재 8승2패에 평균자책 1.97로 다승과 평균자책에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140km대 중반의 강속구에 올 시즌 새로 추가한 ‘레퍼토리’인 싱커와 체인지업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상목은 “올해만큼은 나도 한번 뜰 거예요”라며 웃음지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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