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혁명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지금은 새로운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보혁명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정보혁명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정치 경제뿐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까지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 혁명은 자본주의의 주요한 지배도구가 되고 있고 사람들은 정보사회의 위험성을 두려워하면서도 정보혁명이 가져오는 편리함에 점점 더 빠져 들고 있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정보미디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자본주의가 이룩한 정보혁명을 마르크스주의적 투쟁의 잠재적 자원으로 파악한다.
‘물질적’ 자본에 대항했던 카를 마르크스는 ‘라인신문’의 편집장이었고 ‘뉴욕 데일리 트리뷴’의 유럽통신원이기도 했다. 또한 ‘독불연보’와 ‘신라인신문’을 발간하며 자신의 사상을 전파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첨단정보산업인 신문산업의 최전선에 있었던 것이다. 그가 오늘날 비(非)물질의 영역인 지식을 자본화하며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정보산업을 바라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저자의 문제의식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의 주장은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자율적 공간의 확대를 통해 ‘제국’의 영역을 좁혀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시하는 자율주의운동의 연장선상에 있고 정보의 사유화에 맞서 정보 공유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과 쉽게 연결된다.
네그리는 마이클 하트와의 공동저서인 ‘제국’에서 과거의 제국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제국’의 출현을 이야기하며 이 제국을 지탱하는 동시에 또 다른 한편에서 제국과 맞서는 세계 곳곳의 자율적 ‘다중(multitude)’에게 주목했다. 그런데 다이어-위데포드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정보사회에서 자율적 ‘다중’이 전 세계적으로 연계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자본이 스스로 창조해 놓은 전 지구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방해받지 않는 커뮤니케이션과 지식이 소통되며 ‘다중’의 결합을 창출하기 위한 대화들이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현상과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작업의 성과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