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SK전. 삼성이 8-5로 앞선 가운데 2사2루에서 이승엽(27·삼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SK 투수는 왼손 김태한.
"이,승,엽, 홈런!"을 목청껏 외치는 홈팬들 앞에서 그는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한이 던진 116㎞짜리 가운데 높은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담장을 넘겨버렸다. 125m짜리 장외 2점홈런. 14일 대구 현대전이후 5경기 만에 터진 시즌 31홈런이자 통산 299호 홈런이었다. 이로써 이승엽은 대망의 300홈런 고지에 단 한 개를 남겨두게 됐다.
이날 경기는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 6회까지 스코어는 5-1로 SK의 리드. 하지만 삼성은 7회 3점을 추격한 뒤 8회 양준혁의 솔로아치와 진갑용의 역전 투런홈런으로 원투펀치를 날렸다. 대구구장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하지만 더 극적인 장면이 대구 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속타자들이 계속 살아나가며 2사 2루에서 타순이 3번 이승엽까지 돌아갔다. 타석에 들어선 그의 방망이가 초구를 향해 힘차게 날았다. "딱"하고 맞는 순간 바로 홈런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큰 타구가 날아갔다.
그러나 정작 마지막에 웃은 팀은 SK. 8회 6점을 내주며 5-10으로 역전당한 SK는 9회초 디아즈의 3타점 역전 2루타 등을 묶어 대거 6득점하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선두팀 다운 저력이었다. SK는 11-10의 극적인 재역전승으로 5연승과 삼성전 4연승을 이어갔다.
이승엽은 세계최소경기 300홈런기록은 놓쳤지만 세계최연소 300홈런 기록경신은 확실하다. 20일 현재 26세 10개월2일. 이 부문 메이저리그 기록은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의 27세 8개월6일이며 일본 기록은 왕정치(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27세 3개월11일. 이승엽은 남은 21일과 22일 SK와의 2연전 중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은 경기 후 대기록을 눈 앞에 둔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팀이 어이없이 역전패했는데 홈런 때렸다고 혼자 인터뷰할 수는 없다"며 자리를 떴다.
한편 두산은 기아와의 잠실경기에서 6-0으로 승리, 5연승을 달렸다. 두산의 일본 출신 선발투수 이리키는 9이닝동안 10안타를 내줬으나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2승째를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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