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치면 조리개에 비유할 수 있는 동공(눈동자)은 안구 안으로 들어가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피사체(연인)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려는 의지가 작용해 동공이 열리고 흡수되는 빛의 양은 늘어난다. 그러니 눈동자가 커지고 반짝이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무의식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동공은 축소되고 빛의 양 역시 줄어든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창(窓)’이라고 하는가 보다. 감정을 숨길 수 없으니 말이다.
눈이 요즘 ‘패션’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층에게서 혹사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눈에 착용하는 칼라렌즈와 서클렌즈에 대해 ‘소비자 안전경보’를 발령했다. 이들 제품이 산소투과율이 낮고 장시간 착용할 경우 각막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칼라렌즈는 콘택트렌즈에 갈색, 파란색, 보라색, 녹색 등의 색깔을 입힌 제품이다. 처음에는 일부 연예인들이 착용하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젊은 층에게 확산돼 액세서리를 바꾸듯 쉽게 눈동자 색깔을 바꾼다고 한다. 서클렌즈는 눈동자를 커 보이게 하기 위해 렌즈의 가장자리에 색깔 테를 두른 것으로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일부 제품의 경우 색소가 거칠게 착색돼 있거나 색소 물질이 녹아내리는 것으로 드러나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들 렌즈 때문에 통증과 시력감소, 충혈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다. 각막염에 걸린 환자도 적지 않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하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의학자들은 하루에 6시간 이상 착용하지 말 것과 소독과 보관을 철저히 할 것을 권하고 있다.
톡톡 튀려는 젊은 세대의 욕망을 나무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구나 각막이 탁해 대인관계에 자신이 없던 사람들에게 이 제품은 자신감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반가운 ‘구세주’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기자는 혹시 세상과 연결된 ‘창’에 여러 색깔로 덧칠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가두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패션도 좋지만 건강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