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오키베 마코토/북핵 4角조율 ‘제3의 길’ 찾아야

  • 입력 2003년 7월 2일 18시 08분


동아시아 각국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켜 왔지만 유독 북한만이 이런 흐름에서 벗어났다.

북한은 승객을 인질로 잡은 납치범처럼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지역에서 참극이 빚어질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물론 북한 핵 위기가 의미하는 것은 각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다.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각국의 국민들은 자국의 처지가 급한 나머지 다른 나라의 현실까지 두루 고려할 여유를 잃게 된다. 그런 상황이 되면 각국의 관계는 상호이해와 타협 대신 오해와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각국의 입장 차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태가 심각한 국면이 될 때 각국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우선 한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6·25전쟁과 같은 민족 비극의 재발일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자극하는 ‘압력’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

두 번째로는 북한의 붕괴로 난민이 한꺼번에 몰려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지는 사태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세 번째로 대미(對美)감정이 이율배반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에 의존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민의 안전이 문제시되는 지금, 미군의 철수는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어떤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일본 국민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스스로가 다시 침략전쟁을 하거나 타국의 전쟁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다행히 6·25전쟁을 포함해 냉전시대의 전쟁에 일본이 끼어든 적은 없었다.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일본 국민은 누군가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느꼈다. 더욱이 작년 9월 북-일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피랍된 많은 일본인이 이미 사망했다고 밝혔을 때 일본 국민은 북한의 해악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이는 일본인의 안보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 안전보장을 의존하는 게 현실이지만 자국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북한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처럼 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미군의 공격으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이 두려운 북한은 그것을 피하기 위해 양면전술을 펴고 있다.

우선 이라크처럼 대량살상무기가 없어서 공격당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핵 보유를 서두르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 국민, 일본 국민을 ‘인질’로 삼아 미국이 손을 대기 힘들게 하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공격할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교섭에 응하면서 핵을 포함한 군사능력을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 현 체제를 승인토록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 미군이 한반도를 거쳐 자국 국경에까지 이르는 것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발전의 지속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미국 일본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중시한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 일본을 미사일방어(MD) 등 군비확장으로 내모는 현실을 곤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안보문제에 관한 한 신경질적이며 강경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장래 미 본토를 위협하는 위험 이상으로 그것들이 타국과 테러리스트에게 넘겨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이라크전쟁에서 확인된 미국의 압도적 군사능력을 ‘압력’으로 가하면서 ‘대화’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악의 축’ 국가에 대해 강경하고, 특히 미국 내 매파는 북한의 체제에 축복을 주는 것을 꺼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북한의 진의가 현 체제존속과 경제재건에 그치지 않고, 미군을 한반도에서 내보낸 뒤 한국을 점령해 자신의 통치하에 두려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대화’ 노선에 의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 협력체제를 형성한 뒤, 북한이 스스로 자신의 흉악성을 폭로하기를 기다려 괴멸시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가 미국에는 적지 않다.

이처럼 북한 핵을 둘러싼 각국 입장의 괴리와 대립을 뛰어넘는 ‘제3의 길’을 찾아내 실현시키는 것이 한일 양국에 부과된 역사적 과제일 것이다.

이오키베 마코토 고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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