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김상현(23·사진)이 그런 경우다. 2000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고작 31게임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무명.
군산상고를 졸업한 뒤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했으나 2년 반 동안 2군을 전전하다 지난해 시즌 중반 LG 좌완투수 방동민과 맞트레이드돼 쌍둥이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해 후반기에도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올해 이광환 신임 감독을 만난 게 행운. 스프링캠프 때부터 1m86, 80kg의 뛰어난 체격조건에 타격감각이 뛰어난 그를 눈여겨 본 이 감독은 올 4월 주전 3루수 이종열이 무릎부상으로 빠지자 3루수로 전격 발탁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김상현은 아예 이종열을 밀어내고 주전 3루수를 꿰찼다. 올 시즌 48경기에서 타율 0.264(159타수 42안타)에 5홈런 24타점의 쏠쏠한 활약. 특히 결승타를 날린 게 다섯 차례나 될 정도로 찬스에 강하다.
3일 문학 SK전에서도 3-3 동점인 8회 결승 2점홈런을 날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 홈런은 방망이가 두 동강이 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볼을 배트에 정통으로 맞혔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방망이가 부러졌다. 만약 빗맞았다면 펜스를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의 약점은 수비. 그는 팀 내에서 최다실책(9개)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라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은 더욱 크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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