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우를 공중화장실로 끌고 가 옷을 벗긴 채 다른 사람들을 불러 보게 한 여중생들, 자신의 나체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며 남편을 무고한 여성, 납치 자작극을 꾸며 남편에게 신용카드 빚을 타내려한 아내….
요즘 뉴스를 보면 매일 이처럼 황당한, 당황스런, 엽기적인, 희한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정상이 아닌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됐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너무 적은 듯 하다.
지금이라도 사회의 병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작업에 나서야 하지만 이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왜 어려운지는 마음의 본질을 알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사람의 마음은 매끄럽게 닦인 채 아무런 글씨도, 긁힌 자국도 없는 명판(銘板), 즉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 같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교육을 잘 시키고,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학교에서 잘 가르치면 훌륭하게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면 인성은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자, 특히 유전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타불라 라사 론’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사람은 마음에 어느 정도 글씨가 새겨진 채, 즉 독특한 기질과 지능 등을 갖고 태어나며 인성에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계획한대로 사람을 키우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만 않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도 후자에 가깝다. 사회 구성원의 심성을 좋게 만들려면 아주 복잡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나 사회에서는 정책을 시행할 때 민족의 본성, 비합리성, 사회 정신병리 현상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인성은 어느 정도 타고 난다고 볼 때 제도가 완비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올바른 가정교육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국가나 사회의 노력은 늘 물거품이 되기 마련이다.
임신부는 태교에 신경 써 좋은 기질의 아기가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아이를 키울 때에는 기질에 따라 교육시켜야 한다. 아이가 천방지축이면 칭찬과 체벌을 명확히 하고 개선이 안 되면 정신과를 찾아야 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법,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사람의 본성에 대해 한번쯤 고민하면서 자녀를 키우면 자녀가 올곧게 성장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다. 적어도 엽기적 사건의 주인공은 안 될 것이다.
또 부모의 처지에서도 자녀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 낙담하고 화내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 자녀의 마음을 살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이성주 사회2부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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