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얼굴에는 승리의 환호보다는 멋쩍은 표정이 흘러나왔다. 몸도 성하지 않은 언니를 꺾었다는 미안함이 우승의 기쁨보다 컸던 것.
6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시즌 세번째 메이저 테니스대회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
톱시드의 세레나 윌리엄스(22·미국)는 한 살 터울의 언니 비너스(4번 시드)에게 2시간3분 만에 2-1(4-6, 6-4, 6-2)로 역전승, 2년 연속 우승했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벌써 메이저 통산 6번째 우승컵을 안으며 우승 상금 53만5000파운드(약 10억5000만원)를 챙겼다.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세레나에게 통산 5연속 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비너스는 이날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며칠 전부터 복통에 시달린 데다 통증이 심한 왼쪽 허벅지에는 붕대를 감고 출전해야 했다
하지만 비너스는 강한 정신력으로 1세트를 먼저 따낸 뒤 세트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들어 다시 복통으로 10분 동안 라커룸으로 돌아가 응급조치를 받았다. 윔블던 결승 사상 첫 기권패의 가능성마저 점쳐진 가운데 간신히 코트에 돌아왔으나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상황에서 세레나를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0년과 2001년 패권에 이어 2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비너스는 카메라를 꺼내 동생의 사진을 찍어주며 마치 자신이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다. 비너스는 “전통을 자랑하는 윔블던이 아니었고 상대가 동생이 아니었다면 아마 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라며 무리한 출전 강행이 결코 정상을 향한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내비쳤다.
시상식을 마친 뒤 사이좋게 코트를 빠져나가는 이들 자매에게는 1만3800여 관중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남자복식에선 토드 우드브리지(호주)-요나스 비욜크만(스웨덴)조가 톱시드의 막스 미르니(벨로루시)-마헤시 부파티(인도)조를 3-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우드브리지는 통산 8번째 남자 복식 우승을 기록, 1905년 휴-레기 도허티 형제가 세운 통산 최다우승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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