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 변화구’를 자랑하는 키퍼는 지난해 19승(9패)을 거두며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다승왕에 올랐으나 올 시즌 구질이 노출되는 바람에 4승4패에 평균자책 4.07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두산이 키퍼를 데려간 건 예상됐던 일. 두산은 다른 구단에서 내보낸 선수들을 재활용해 쓸만한 선수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탁월한 구단이기 때문이다.
LG와 해태를 거친 뒤 갈 곳이 없었던 최훈재를 데려가 뛰어난 대타전문요원으로 키워냈고 99시즌 뒤 삼성에서 방출된 조계현을 이듬해 에이스로 만들었다.
조계현은 2000년 정규시즌에서 7승3패에 평균자책 3.74을 기록했고 그해 한국시리즈 1,4,7차전 선발을 맡는 등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외국인 투수 개리 레스도 마찬가지. 2001년 기아에서 7승9패를 거둬 재계약에 실패한 레스는 이듬해인 2002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16승8패에 평균자책 3.87의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레스는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의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스카우트돼 선발투수로 뛰고 있다. 요미우리 성적은 3승3패에 4.38.
두산이 ‘재활용 전문구단’이라는 점을 두고는 두 가지 평가가 있다. 선수의 마지막 남은 투지와 의욕을 자극시켜 좋은 기량을 끌어낸다는 옹호론과 새로운 선수를 스카우트하기보다 다른 구단에서 버린 선수를 헐값에 데려와 재미를 보려고만 한다는 비판론이다.
두산은 올해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단 한명의 구단직원도 외국에 파견한 적이 없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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