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의 연예토크]연예계의 나이 신경전

  • 입력 2003년 7월 14일 17시 49분


탤런트 윤다훈과 김정균 사이에 ‘나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주먹다짐을 두고 떠들썩하다. 두 사람은 술자리에서 ‘방송 나이’와 ‘실제 나이’를 비교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호적상 67년생인 윤다훈이 “실제로는 64년생인데 출생 신고가 잘못돼 호적에 67년생으로 기록돼 있다”고 밝힌 반면 김정균은 “68년생이라고 말해왔지만 실제는 65년생”이라고 말하면서 형과 아우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두 사람이 아름답게 화해하기 바란다.

연예인들의 나이는 ‘고무줄’이다. 남자 연예인들은 늘리고, 여자 연예인들은 줄인다.

연예계는 군대와 비슷하다. ‘기수’를 중시하기 때문에 1년 빠른 선배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하고 커피 심부름도 한다. 방송국에 정식 입사한 탤런트도 초기 1년은 일거리가 없어도 매일 출근해 선배들의 뒤치닥거리를 해야 한다. 전날 과음했다고, 아침에 늦게 나오면 혼쭐난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자 연예인들은 데뷔당시 나이를 실제보다 더 많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다’고 하면 무조건 무시당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선배 기선제압용’이랄까. 20대 중반이라도 적게는 2, 3살 많게는 5∼10살 늘린다. 그러면 선배들도 “야, 이거 가져와!” 할 것을 “이거 가져올래?”라고 한결 부드럽게 대해준다.

남자들은 나이를 많게 부르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나 영화가 대부분 남자 주인공으로 30대 초중반의 재벌 2세나 3세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너무 ‘애송이’ 느낌이 나면 연기 생활에 애로 사항만 늘어간다.

그러나 여자 연예인들은 정반대다. 나이를 무지막지하게 줄인다.

여자 연예인들은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1년 선배에게도 ‘언니’하면서 깍듯하게 대해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선배’대접을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연예계에선 “4, 5년 줄이는 것은 기본”이라는 말도 있다. 인터뷰 때 아예 “몇 살로 (나이를) 적을까요?”하고 묻는 연예 담당 기자들도 있다.

여자 연예인들은 상대가 분명 ‘언니’로 보이는 데도 ‘동생’ 행세를 할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일부러 “야” “이것아”하며 상대를 비하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는 ‘언니’인 상대도 무척 속상할 것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나이를 줄이는 것은 ‘25세’가 ‘데드라인’이기 때문. 여자 연예인들은 25세가 넘으면 ‘위험 나이’라고 봐야 한다. 25세가 넘으면 애간장을 녹이는 러브스토리의 여자 주인공은 ‘물건너’ 가며 ‘노처녀’나 ‘독신녀’ 등의 배역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이 확산되고 중고교 졸업 앨범이 원본 그대로 나돌면서 실제 나이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여자 연예인들이 걱정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주목받았던 한 여가수는 실제 30대 중반인데도 ‘20대 중반’이라고 속였다가 최근에 들통났다.

또 연예인들의 오락프로그램 해외 촬영 때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촬영을 갈 때 여권을 제작진에게 일괄 맡기는데, 이 때 ‘실제 나이’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딱 걸리게’ 된 여자 연예인들이 십중팔구 하는 변명은 “호적이 잘못돼서…”이지만 주위에서 더 이상 캐묻지 않는다.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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