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 생활 초등생 절도 들통… 아버지에게 인계직전 투신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34분


이혼한 아버지의 구타가 심해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초등학생이 절도 사실이 들통 나 아버지에게 인계되기 직전 아파트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었다.

20일 오후 10시40분경 광주 북구 오치동 모 아파트 경비실 지붕 위에서 이모군(11·초등학교 5년)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주민 김모씨(43)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군은 지난해 6월 아버지(42·노동)에게 폭행당해 어깨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처를 입고 광주 아동학대예방센터에 인계돼 보호시설인 ‘그룸홈’에서 생활해왔다.

이군은 1996년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광주에서 함께 살았으나 이군이 가출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벌어지자 아버지의 폭력이 심해졌다. 아버지의 학대를 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이군은 아동학대예방센터에 보내졌다.

그룸홈에서 생활하면서도 이군의 도벽은 없어지지 않았다. 이군은 17일 그룸홈 보모 김모씨(42·여)의 지갑에서 현금 6만원을 훔치다 발각되자 가출했다.

가출 후 친구 집에 머물던 이군은 보모 김씨가 “아버지에게 다시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뒤 고민해오다 이날 김씨 등이 찾아오자 아파트 10층 복도 유리창을 통해 뛰어내렸다.

경찰은 이군이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돈을 훔친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자살하겠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 아버지에게 다시 인계될 것이 두려워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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