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6개월여 만에 정부 주요 부처의 기자실이 폐쇄되고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이른바 ‘프레스 존(Press Zone)’이 생긴 것이다.
연면적 224평인 프레스 존에는 브리핑실 2개, 대형 기사 송고실 1개, 접견실 3개, 휴게실과 행정실이 1개씩 있다. 브리핑실과 기사 송고실에 마련된 각종 집기는 책상 의자 그리고 천장에 부착된 대형 모니터(6개), 바닥의 카펫까지 모두 새것이며 고급품이다. 공사비만 6억원이고 집기 구입에 2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날 기자실을 옮기는 대다수의 기자들은 비싼 새 집기를 사용하는 기쁨보다 바뀐 취재 환경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행자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이사’에 앞서 ‘눈도장 찍기’에 바빴다. 한 간부는 “앞으로 부처 간부들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테니 최대한 많은 사람과 인사라도 나누어 두는 것이 앞으로 전화 취재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날 상당수 간부는 “공식 브리핑이 없으면 5층 접견실에 내려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서기관은 “어떤 간 큰 공무원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접견실에서 기자와 단둘이 마주앉아 속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들도 새 환경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행자부의 한 고위 관리는 “근무 시간 중 사무실로 오겠다는 기자를 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한 국장은 “시간이 있을 때 내 방을 찾은 출입기자에게 내 업무와 관련된 현안을 가능한 한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행자부와 정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혼란스럽기는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다른 언론과 똑같은 ‘붕어빵’ 기사를 생산하지 않도록 개별 취재를 해야 하는 데 새 취재 여건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취재 여건은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가로막는 요소가 너무 많다. 적지 않은 공무원들의 우려도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과 언론의 사회적 기능이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감이 교차하면서 불현듯 초년병 시절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자는 어떤 환경에서라도 취재와 보도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심판은 독자가 한다.”
이종훈 사회1부기자 l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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