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자 회동' 탐색전이나 벌일 땐가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03분


청와대 5자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국정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도 자주 만나기로 한 것은 일단 잘한 일이다. 대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은 덜어질 것이다. 몇 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시급한 북핵 경제 민생 문제부터 초당적으로 대처키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회동에 쏠렸던 국민의 관심에 비해서는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꼬인 정국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회동인 만큼 여야 지도자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했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수용 문제만 해도 그렇다. 청와대측은 분위기상 거론을 피했다고 하나 어차피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부터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야당을 설득하는 편이 옳았다.

현대 비자금, 청주 향응 파문, 굿모닝시티 등 각종 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최병렬 대표는 철저한 수사를 요청했지만 노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어 답변할 사안이 아니라며 넘어갔다. 첫 회동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지 모르나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탐색전’이나 펴고 있을 때는 아니지 않은가.

그나마 이번 회동에서 확인된 대화 의지가 국민의 기대로 이어지려면 우선 국회운영에서부터 구체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 16대 마지막 정기국회인 이번 국회의 중요성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관계법 개정 등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만 200건이 넘는다. 여야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회부터 제대로 운영해 나가는 것, 그것이 국민이 요구하는 상생(相生) 정치의 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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