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동북아시아 샤머니즘과 신화론'

  • 입력 2003년 9월 5일 17시 32분


◇동북아시아 샤머니즘과 신화론/김열규 지음/445쪽 2만2000원 아카넷

김열규 계명대 석좌교수는 그동안 많은 저서를 내며 학계와 일반독자에게서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는 국문학 민속학 신화학 인류학 심리학 종교학 등을 넘나들면서 현란한 지식의 여행을 구사하며 사통오달의 필력을 구사해 왔다. 그래서 혹자는 그의 글이 학문적 측면에서 볼 때 너무 자유분방한 것이 아니냐는 비평도 해왔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이 책을 접하면 그런 생각을 즉시 접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던지는 저자의 화두는 샤머니즘의 현대적 부활을 꿈꾸는 데로 향하고 있다.

그는 샤머니즘의 정체성을 오늘에 살려 내야 할 이유와 근거 및 방법들을 방대한 자료들을 추적하며 풀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무속의 위상은 오늘의 세계와 현대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샤머니즘을 범인류적 종교현상으로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샤머니즘의 뼈대를 이루는 무속신화의 현대적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았다. 무속은 지극히 인간적인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인간학적 샤머니즘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오늘날에 낡아빠지고 원시적인 듯이 보이는 샤머니즘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우선 우리는 왜 샤머니즘이 세계의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바로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은 샤머니즘 연구의 지평을 활짝 열어놓는다. 책을 펼치자마자 전개되는 방대한 샤머니즘 관련 지식은 그의 탁월한 언어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참고문헌에는 일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의 샤머니즘 관련 주요 연구서적들이 망라돼 있다.

과거와 현재에 걸쳐 망라된 지식의 절묘한 결합과 연결 및 조화, 이론의 섭렵과 활용 등 저자의 필력은 학문적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선다. 책을 읽은 후에는 지식 구사의 화려함과 학문적 완숙함의 종점에 도달한 듯한 감상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의 상상력은 소설적 발상이 아닌 창조적이며 진지한 학문적 작업임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예술과 과학은 통한다고 했다. 예술과 학문은 결국 서로 다르지 않은 것임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석학적 예지와 판단으로 그는 샤머니즘의 미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샤머니즘은… 그리하여 인간과 문화를 푸는 열쇠 구실을 단단히 도맡아야 한다.”

이는 분명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한 독자로서 바라는 바는 이 책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읽혀지는 것이고, 그래서 저자의 꿈이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져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정재 경희대 교수·국문학 hogom@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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