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이 한 일이라곤 신당 창당을 둘러싼 세력다툼이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민주당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대선 승리 이후 다짐했던 새 정치 새 출발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공감을 얻는 정치개혁의 청사진부터 마련했어야 했다. 신당은 이를 위한 하나의 보조수단이어야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신당론과 이에 따른 인적청산론이 불거지면서 당이 대선 과정에서의 ‘친노(親盧)-비노(非盧) 반노(反盧)’세력간 이전투구의 장(場)으로 변해 버렸다. 노 대통령의 어설픈 당정분리 표명과 신당에 대한 모호한 태도 또한 당의 분열을 재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집권당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경제 노사 북핵 문제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정 현안은 제쳐둔 채 연일 신당 싸움으로 날을 보냈다. 대통령과 국정운영의 책임을 공유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노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가 급락한 데는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이런 마당에 분당까지 되면 이제 국민은 어느 정당이 여당인지조차 헷갈릴 판이다.
당장의 문제는 신당추진파의 창당 스케줄이 국회 일정과 겹친다는 점이다. 새 정부 들어 열리는 첫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그만큼 부실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분당 사태에 대한 최종평가는 결국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가 내릴 것이다. 하지만 분당에 휩싸여 국회 활동을 소홀히 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민주당이 국민에게 해야 할 마지막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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