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잡기, 근본대책 내놓아야

  • 입력 2003년 9월 7일 18시 19분


9·5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아파트 재건축 시장이 급랭조짐을 보인다. 투기광풍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에서는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매수주문이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이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낼지는 의문이다.

이번 대책은 단기 대증(對症)요법의 성격이 짙다.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거래를 강압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같은 대책의 약효가 한시적일 것이라는 점은 그간의 오랜 경험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미 10여 차례나 비슷한 대책을 내놨지만 그때마다 집값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급등하곤 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강남권 기존 중대형아파트의 값이 뛸 가능성이 크다. 소형 재건축아파트 의무공급비율을 60%로 크게 늘림에 따라 중대형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잡으면 다른 하나가 튀어 오르는 식의 ‘두더지잡기 게임’이 계속돼선 안 된다. 정부는 재건축시장을 기웃거리던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옮아가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는 위헌시비도 해소해야 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합인가를 받은 재건축아파트의 조합원 자격을 사고팔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내용을 손질하면 위헌시비를 피할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부동산가격 상승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고삐를 죄어야 할 때 머뭇거려 통제력을 잃었고 근본대책에는 소홀한 채 대증요법에만 치우쳤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은 서울 강남권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고 수도권의 공급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를 보여주는 일이다. 물론 이런 대책의 시행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고 정부 의지가 확고하면 투기 진정 효과는 훨씬 앞서 나타난다. 투기는 기대할 만한 이익이 없는 곳에는 발붙이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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