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오희철/이민, 한번 더 생각해 보시길…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32분


오희철
최근 홈쇼핑 채널에서 캐나다 매니토바주 이민 상품이 40분 만에 모두 팔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필자는 1987년 9월부터 2년간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의학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인 위니펙은 여름에 40도까지 기온이 올라가지만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서울보다 약간 작은 면적에 인구는 80만명에 불과하지만 교육비와 의료비가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다. 그러나 세금이 과중해 기본적인 생활수준 이상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성미가 급한 한국인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다.

필자는 1987년 12월 어느 날 아침, 영하 40도의 기온을 체험한 일이 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날이었다. 보기에는 평화로웠지만 밖에서 소변을 보면 떨어지면서 바로 얼어버릴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다.

이처럼 극한의 기후조건을 갖고 있는 캐나다에 가겠다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탈피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 민족으로 외국에 사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1, 2년이 지나 영어가 조금 들리게 되면 외국인의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몸소 느끼게 된다. 그들은 한인사회를 “화장실 같다”고 한다. 냄새가 난다는 얘기다. 또 문화의 차이 때문에 백인과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필자가 지켜본 현지 동포들은 정(情)에 목말라 있었다. 할머니나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서구에서 배운 논리를 내세우며 신경을 쓰지 않는 2세들이 적지 않다보니 2세 교육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잖이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민 수속을 받기 전에 몇 번이고 충분히 고민했으면 한다. 아무리 새로운 인생에 도전한다고 해도 한국인은 한국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희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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