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파병, 국제공조 필요하다

  • 입력 2003년 9월 14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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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문제를 놓고 또다시 국론분열이 우려된다. 파병 반대 주장이 나오는 한편 일부에서는 동원 가능한 부대와 규모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달에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직접 파병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국제정세와 여론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선택을 마냥 늦추면 혼란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불필요한 갈등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빨리 중심을 잡고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는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낼 명분이 있느냐는 것이다. 전쟁 때보다도 더 위험한 전후(戰後)를 보내고 있는 이라크에 국군을 파견하려면 반드시 국민을 설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물론 한미동맹 관계는 중요하다. 북핵 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 양국이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처리해야 할 현안을 외면할 수도 없다. 미국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여타 현안이 긍정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국익 차원의 계산도 해볼 만하다. 그러나 미국이 선택한 이라크전에 대한 국제적 비판과 반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는 파병이라면 국내외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해법은 국제공조에서 찾아야 한다. 유엔결의에 의한 평화유지활동(PKO)이라면 파병을 고려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 국민과 아랍권에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의 평화와 치안유지를 위해 파병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유엔의 결정에 따르는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이기도 하다. 이라크 파병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동의라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미국에 국제공조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이 파병을 원한다면 먼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라고 분명하게 촉구해야 한다. 정부가 당당하지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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