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난극복의 국민적 의지 보일 때

  • 입력 2003년 9월 14일 18시 26분


속속 밝혀지는 태풍 ‘매미’의 피해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을 넘어 국난(國難)에 가깝다. 정부가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대통령이 피해현장을 방문해 재난극복의 의지를 보였다. 여야도 초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든 정쟁은 중단돼야 마땅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복구대책 마련과 인력지원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의 목소리가 가감 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탁상공론에서 나오는 대책은 예산 및 성금 낭비를 가져오게 되고 피해주민의 재기 의욕을 꺾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모든 공무원은 자신이 실제로 태풍 피해를 당했다는 심정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여야 의원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의 생색내기 현장방문이나 상대방을 의식한 선심지원책 남발 등은 재해극복에 도움은커녕 해가 될 수 있다.

재해지역 선포와 재해대책 관련 예비비 지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난해 태풍 ‘루사’의 피해가 채 극복되지 못한 지역이 또다시 ‘매미’의 피해를 당한 것은 복구비의 늑장 지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여야가 재난 극복을 위한 빠른 추경예산 편성에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군 경찰 소방대원의 노고가 빛난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인력과 장비를 갖춘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해복구에 나설 경우 공사 수주 우선권을 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국민 모두의 지원과 봉사다. 국민 한 사람이 피해를 본 주민 한 사람씩을 돌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재난극복은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태풍으로 사과가 모조리 떨어진 어느 과수원 주인은 “나보다 더 심한 피해를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라며 오히려 다른 이들을 걱정한다. 그 순박한 민심 속에서 우리는 재난극복의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한다. 고통은 나누어 가질 때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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