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김 의원의 악연은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의원은 올봄 대북 송금 특별검사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한 당론에 반해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했고 이 직후 개혁국민정당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후원회에 참석해 유 의원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이부영(李富榮) 의원 등 통합연대 소속 의원 5명이 7월 초 “한나라당의 이념과 우리의 뜻이 맞지 않는다”며 탈당하는 과정에서는 이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당내에서 ‘왕따’가 됐다.
심지어 방미 중인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16일 존 볼턴 국무부 차관과 환담하던 중 “한나라당 의원 140여명 가운데 단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한미 동맹관계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김 의원은 ‘눈엣가시’였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은 이날 당기위원회에서 그에 대한 징계 수위를 ‘출당(黜黨)’이나 ‘제명’이 아닌 ‘당권정지’로 결정했다. 바로 비례대표로 선출된 그를 출당하거나 제명시키면 그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다른 당으로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의원이 보인 행동도 결코 떳떳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뜻을 같이했던 이부영 의원 등이 탈당하면서 “행동을 함께 하자”고 설득했을 때 그는 “적절한 시기에 합류하겠다”며 발을 뺐다는 후문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한나라당 탈당그룹 내에서는 “이제는 김 의원이 탈당해 합류하겠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보면 소신을 지키기 위해 탈당하지도 않으면서 사사건건 당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김 의원도 정당원의 기본자세를 지켰다고는 볼 수 없다.
김 의원은 올해 1월 현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인터넷을 통해 장관후보를 추천받은 결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을 당시에도 새 정부의 장관직 제의를 거절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당내의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당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복지부 장관직을 맡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수락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에 대한 당권정지 결정이 내려진 후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결국 당지도부나 김 의원이나 난형난제(難兄難弟)인 셈”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명건 정치부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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