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호를 딴 소강(小崗)배 전국남녀중고교대항 테니스대회를 30년 넘게 개최하며 숱한 테니스 꿈나무를 발굴했기 때문이다. 1973년 처음 대회가 시작된 이래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 치고 소강배를 거치지 않은 선수는 거의 없을 정도.
22일 경기 고양의 훼릭스코트와 그린코트에서 개막되는 올 대회는 31회째를 맞았으며 전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80여개교 5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협동과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단체전만을 치르는 것도 소강배의 특징.
대회 개막을 눈앞에 둔 18일 민 명예회장은 “비가 와 걱정입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날씨 복은 있는 편입니다. 날이 갤 겁니다”라고 말했다. 강산이 3번 바뀔 오랜 세월 동안 대회를 치러오고 있지만 개막일이 다가오면 언제나 가슴이 뛴다는 민 명예회장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주위의 도움으로 대회를 이어올 수 있었다”면서 “올해에는 특히 가장 많은 학교가 참가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민 명예회장은 1950년대에 처음 라켓을 잡기 시작해 팔순을 훨씬 넘긴 요즘에도 일주일에 2∼3차례씩 코트를 찾는 테니스 마니아.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이형택(삼성증권)을 꼽았다. 춘천 봉의고 2학년 때인 1992년 20회 대회에서 팀에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겼고 이듬해 2연패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힌 것. 민 명예회장은 “대도시 학교가 우승을 휩쓸던 시절이었는데 까무잡잡한 강원도 아이가 어찌나 공을 잘 치던지…”라고 이형택을 떠올렸다.
70년대 후반 마산고 전성기를 연 전영대(건국대 감독), 81년과 82년 마산고 2연패의 주역 노갑택(명지대 감독),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유진선과 김봉수 장의종 송형근 등도 모두 소강배를 통해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여고부에서는 역대 최고 세계랭킹(46위)을 갖고 있는 조윤정(삼성증권)이 97년 우승팀 안동여고 출신. 70년대 신순호(명지대 여자팀 감독), 80년대 이정명(한솔 코치)과 김일순(삼성증권 코치) 등도 소강배가 낳은 한국 여자테니스의 대들보였다.
“미력하나마 한국 테니스를 이끈 재목들을 길러낸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가 걱정입니다만 오래도록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테니스를 향한 그의 열정은 끝이 없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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