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라이벌’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배울 점을 모색하고 있다. 고구려의 장수왕과 백제의 개로왕부터 원효와 의상, 최영과 이성계, 여운형과 박헌영, 김구와 이승만 등을 맞세웠다.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에게는 두 명의 맞수가 있었다. 하나는 친구인 정년이고, 다른 하나는 부하인 염장이다. 정년과 장보고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정년의 용맹은 장보고를 뛰어 넘었다. 두 사람은 함께 당나라로 건너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서로를 넘어야 했다. 비방이 오갔고 친구 사이는 멀어졌다. 결국 무예가 뛰어난 정년은 당나라에 남고, 뒤처진 장보고는 신라로 돌아왔다.
이후 두 사람의 처지는 바뀌었다. 장보고는 신라에서 지방 세력을 형성한 반면 중국인들의 시기로 정년은 지위를 잃고 몰락한 것. 실망한 정년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라로 돌아갔다. 한때 라이벌이었으므로 자신을 홀대하리라던 정년의 예상을 깨고 장보고는 그를 크게 기용했다. 정년은 군사를 끌고 출정해 민애왕을 쫓아내고 신무왕을 옹립하는데 활약을 했다.
장보고의 부하였던 염장은 신무왕을 옹립하기 위해 경주로 갔다가 출세를 위해 그곳에 눌러앉은 인물. 신무왕에 이어 즉위한 문성왕이 장보고를 제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 염장은 자원해 청해진으로 돌아간다. 염장은 문성왕의 횡포를 피해 장보고에게 되돌아왔다며 그를 속이고는 술자리를 틈타 장보고를 죽였다. 저자는 이 일화의 말미에 사람의 인연, 또는 인사(人事)의 중요성에 대해 단상을 덧붙인다. 역사적인 일화와 개인의 견해를 묶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사 수필’ 정도로 이해된다. 역사의 맞수를 시대에 따라 나열했다는 점은 참신한 기획. 하지만 맞수로 선정된 인물 중에는 어째서 두 사람이 맞수인지 자세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도 더러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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