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숭배론/토머스 칼라일 지음 박상익 옮김/379쪽 2만5000원 한길사프랑스의 계몽사상가인 볼테르(1694∼1778)와 영국의 역사가인 토머스 칼라일(1795∼1881). 저명한 학자인 두 사람은 유려한 문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았던 문인이기도 했다.
‘낙천주의자, 캉디드’는 캉디드라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인간의 인생이란 낙천주의와 염세주의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볼테르의 계몽사상을 펼친 철학소설이다. 고지식하고 순박한 소년 캉디드는 남작의 성에서 남작의 아들, 그의 누이동생 퀴네공드와 함께 팡글로스 선생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낙천적이고 희망적인 환경에서 평화롭게 살던 그는 퀴네공드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남작의 성에서 쫓겨나 험난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 비참한 몰골이 된 퀴네콩드와의 재회.
검증 안 된 낙천주의를 비판하는 볼테르는 인생관 선택에 대한 결론을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낙천주의든 염세주의든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이든 ‘나는 내가 내 삶을 위해 사는 날에만 진정한 행복을 알 뿐이다’라는 것.
칼라일의 ‘영웅숭배론’에는 훗날 제국주의적 오만이라고 비난받게 되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우리 잉글랜드인을 보고 인도와 셰익스피어 둘 중 어느 것을 포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인도야 있든 없든 상관없으나, 셰익스피어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크롬웰과 나폴레옹 같은 군사적 영웅뿐 아니라 셰익스피어와 단테 같은 작가, 루터와 녹스 같은 성직자까지 영웅으로 서술하는 칼라일에게 영웅숭배란 ‘도덕성을 지닌 위인에 대한 자발적 존경과 헌신’이다. 생동감 넘치는 인물론을 통해 숭고한 영웅과 같은 삶, 혹은 진실한 마음으로 영웅을 숭배하는 삶을 추구했던 칼라일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