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널리스트 앤드루 덩컨은 영화배우 데미 무어를 인터뷰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덩컨=혹시 성형수술 받은 적이 있습니까.
무어=그런 질문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덩컨=왜 안 됩니까.
무어=내가 샤워할 때 엉덩이를 뒤에서부터 앞으로 닦는지, 앞에서 뒤로 닦는지 알고 싶나요.
덩컨=당신이 말하고 싶다면….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2’의 앞머리에는 국내외 유명 인사의 인터뷰 사례와 기법이 소개돼 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동아일보 논설위원인 저자가 ‘신동아’에 연재했던 인터뷰를 모았다. 강현욱 전북도지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영화배우 송강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배일도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 법륜스님, 송두환 특별검사, 이명박 서울시장,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 한승주 주미대사 등 10명의 명사가 등장한다.
앞부분의 유명 인사 인터뷰 기법은 언론 종사자와 지망생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만하다. 명사 인터뷰의 얘깃거리로도 흥미롭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명사를 설득하는데 정도(正道)는 없다. 언론인 정종식씨는 경향신문 구주본부장 시절 고국 방문을 앞둔 윤이상 선생을 인터뷰 하기 위해 베를린 집을 찾았다. 기자는 서울 친지가 보내준 통영 멸치를 선물로 전했다. 통영 출신인 윤 선생은 감격했고 기자는 좋은 인터뷰 기사를 쓸 수 있었다.김충식 동아일보 일본지사장은 정치부 기자 시절 ‘남산의 부장들’을 연재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계원씨를 인터뷰해야 했다. 여러 번 거절당한 기자는 눈 내리는 일요일 밤 11시 김씨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김씨=기자는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소. 밤 11시요.
기자=뵐 수가 있어야지요.
김씨=(한참 만에 문을 열어주면서) 이런 법이 어디 있소, 세상에….
기자=내가 돈을 꾸러 왔습니까. 취직 부탁을 하러 왔습니까. 기자니까 일하다 보니 이렇게 늦게 된 것이 아닙니까. 엉터리로 쓰지 않으려고요.
CNN의 래리 킹은 기자가 똑똑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충고한다. 그는 1992년 대선 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클린턴을 미워합니까”라고 물었다. 1981년 존 힝클리가 쏜 총에 맞은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는 “총 맞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바보 같은 질문이지만 시청자들도 그것이 궁금했을 것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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