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승엽(27·삼성)의 홈런포가 마침내 터졌다.
21일 LG와의 대구 홈경기. 아시아신기록을 불과 3개 남겨두고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이승엽은 첫 타석인 1회 오른쪽 안타로 타격감을 추스른 뒤 3-0으로 앞선 3회 2사 후 LG 두 번째 투수 김광수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왼쪽 폴대 근처를 살짝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99년 9월 30일 자신이 세운 국내 최다홈런기록을 9일 앞당긴 54호 타이기록이자 10일 대구 한화전에서 6회 53호를 날린 뒤 9경기 40타석(33타수 6안타) 만의 홈런.
이로써 시즌 예상 홈런이 58개로 올라간 이승엽은 남은 10경기에서 2개만 보태면 1964년 오 사다하루(王貞治·현 일본 다이에 감독)와 2001년 터피 로즈(긴테쓰),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가 세운 아시아 기록(55홈런)을 경신하게 된다.
경기당 0.44개의 홈런을 터뜨린 이 추세라면 56홈런이 나올 D데이는 앞으로 5경기째인 27일 롯데와의 사직 원정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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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이날 홈런은 ‘현대 심정수의 외조’와 ‘아내 이송정씨의 내조’가 어우러졌다는 평가.
이승엽은 올 시즌 홈런포가 식을 만하면 ‘2인자’ 심정수가 턱밑까지 쫓아와 긴장의 고삐를 다시 죄곤 했다.
지난달 16일 41호를 날려 올 시즌 가장 근접한 1개차까지 추격했던 심정수는 이승엽이 최근 8경기 연속 무홈런의 슬럼프에 빠진 동안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2홈런을 날린 것을 비롯,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이승엽의 분발을 촉구했다.
아내 이씨는 ‘타격 사부’ 역할을 했다. 야구에 문외한이면서도 남편이 나온 기사는 모두 스크랩한다는 그는 이승엽이 최근 초조한 마음에 바깥쪽 공도 당겨 친다는 기사를 읽고는 “밀어치세요”라고 귀띔했던 것.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승엽은 이날 김광수의 바깥쪽 공을 무리하지 않고 결대로 밀어쳐 홈런포를 재가동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일문 일답▽
“마음 비우니 홈런이 터지는 것 같습니다.”
9경기 만에 시즌 54호 홈런을 터뜨린 이승엽은 더그아웃에서 모처럼 활짝 웃었다.
―오랜만에 홈런을 친 소감은….
“모처럼 친데다 팀까지 3연승을 달려 기분이 좋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오늘 홈런은 정확한 자세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고 배팅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다.”
―그동안 홈런을 때려내지 못한 심경은 어땠나.
“답답하긴 했어도 초조함은 없었다.”
―앞으로의 각오를 말한다면….
“LG 투수진의 실투가 많았는데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게 아쉽다. 앞으로 원정 5연전을 치르게 돼 있어 대구에서 신기록 달성은 어려울 것 같지만 상관없다. 좀 더 집중력을 갖고 욕심을 버려 타격감을 유지하겠다.”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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