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감사 소홀해서는 안 된다

  • 입력 2003년 9월 21일 18시 13분


16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늘 시작되지만 솔직히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총선을 앞둔 국감은 늘 부실과 정쟁으로 얼룩져 왔다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고 한다. 많은 의원들이 국감 준비는 뒷전인 채 지역구 다지기에만 애를 쓰고 있다. 당마다 물갈이론을 포함한 당 쇄신론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관심은 오직 공천 경쟁에만 쏠려 있다고 한다.

정치권이 4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사정은 더 나빠졌다. 어느 당이 여당인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국감이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법적으로는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이 여당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인 한나라당보다도 더 강도 높은 대(對)정부 공격을 벼르고 있다. 자칫하면 공격만 있고 방어는 없는 국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의 대정부 비판은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에 기초한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 사이에 공수(攻守)가 균형을 이룰 때에 건전한 정책국감 민생국감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국감은 총선을 의식한 정당간 선명성 경쟁과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정치공세의 장(場)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국감 때마다 지적돼 온 한건주의의 폭로성 질의나 지역구를 의식한 민원성 질의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다. 의원들의 질의가 이런 식이 되면 정부의 충실한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국감은 노무현 정권 7개월의 국정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국감이다. 출범 초기부터 혼란과 갈등을 거듭해 온 원인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철저한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 국감이 부실과 정쟁으로 얼룩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국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마다 정치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국감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곧 정치개혁의 첫걸음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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