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호기/'미래 투자' 희망을 심자

  • 입력 2003년 9월 21일 18시 19분


‘2030 세대’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판독할 수 있는 키워드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은 월드컵 거리응원, 촛불시위, 그리고 대통령선거에서의 ‘인터넷 열풍’을 주도한 세대로 꼽혔지만, 올해는 ‘위기의 세대’로 지목되고 있다. 청년실업 신용불량 이민열풍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앞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으니, 짧은 시간에 빛과 그늘을 동시에 보여준 세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 창출 정부 최선다해야 ▼

2030 세대라도 물론 모두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30대의 상당수가 이념지향적인 ‘386 세대’에 속한다면, 20대의 다수는 이념보다는 오히려 문화지향적인 신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위기에 처한 세대는 20대 중후반과 30대 초중반이다. 이른바 ‘베이비붐 에코 세대’다. 이들은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그 층이 두꺼워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 온 데다 사회 진출마저 쉽지 않아 상당한 좌절을 겪고 있다.

현재 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청년실업이다. 20대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무려 두 배를 기록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10년 전부터 청년실업 문제를 안고 있는 이웃 일본의 경험, 즉 장기간의 실업상태가 구직포기와 사회낙오로 이어지면서 결국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 걸음 물러서 보면 청년실업은 ‘노동의 종말’로 상징되는 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른 결과다. 정보화는 컴퓨터와 관련된 전문 직종들을 창출해 내지만, 동시에 사무자동화 공장자동화를 통해 일자리 전체 규모는 크게 감소시킨다. 더욱이 기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또한 취업 문턱을 높임으로써 오늘날 세계적으로 30∼50%의 노동력이 과잉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많은 젊은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상황이다.

이런 ‘노동의 종말’이 ‘희망의 종말’로 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실업상태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높일 뿐 아니라 결국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성향을 강화시킨다. 사회에 무관심하며 자기만의 취미에 몰두하는 ‘오타쿠족(族)’이나 ‘은둔족’의 등장은 이미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적절한 사회진출 시기를 놓치면 일생을 아웃사이더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청년실업 문제는 사회통합에도 결코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2030 세대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시급하다. 문제의 핵심이 일자리 창출에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고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정보기술 생명공학 문화산업 등 지식 및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을 통해 정보사회에 걸맞은 일자리 창출에도 주력해야 한다.

셋째, 현재 추진 중인 인턴제 확대 등 청년실업 해소대책에 더해 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실업대책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은 일시적인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근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 눈높이 맞는 일 찾아야 ▼

더불어 대학의 제도개혁이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학이 취업양성소는 아니지만 현행 대학교육과 제도가 지식정보사회의 기업혁신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제 및 교과과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청년세대 스스로의 자각도 중요하다. 현재 고학력자의 ‘자발적 실업’이 높은 청년 실업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눈높이를 낮추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적극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청년세대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에 대한 투자다. 10∼20년 뒤면 이들은 바로 우리 사회를 주도할 세대이며, 따라서 이들의 경쟁력은 우리 미래의 경쟁력이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의식과 구조면에서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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