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 6월22일 대구구장에서 터졌던 이승엽의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볼의 예를 보자. 당시 삼성은 이 공을 기증받아 경산 야구역사관에 전시한다는 계획 아래 29인치 TV 1대와 연간회원권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이에 볼을 주운 이상은씨(27)는 ‘신용카드로 야구장은 무료입장할 수 있고 TV는 집에도 있다’며 ‘턱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한 조선족 동포가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에 구입의사를 밝혔으나 해외 유출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에이스테크놀로지 구관영 사장(56)이 1억2000만원에 공을 구입했다.
삼성이 홈런볼을 너무 ‘푸대접’했다는 것이 당시 많은 팬들의 의견이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56호 홈런볼에 삼성 구단은 아예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고 있다. 다만 볼을 주운 관중에게 최고급 휴대폰 1대를 경품으로 제공할 계획.
역사와 시장 규모에서 한국프로야구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볼은 크나큰 화제였다. 역대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홈런볼은 ‘빅맥’ 마크 맥과이어가 98년 기록한 70호 홈런볼. 이 볼은 이듬해인 99년 경매를 통해 270만 달러(약 32억원)에 팔렸다. 반면 맥과이어의 대기록을 3년 만에 갈아 치운 배리 본즈의 73호 홈런볼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싼 45만 달러(약 5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일본프로야구 출신 강타자 마쓰이가 올 시즌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날린 첫 홈런볼의 가치는 1000만엔(약 1억원). 지난 4월9일 미네소타전 5회에 날린 만루홈런을 놓고 일본 스포츠용품업체인 (주)일본스포츠비젼이 매긴 값이다. 이 값엔 마쓰이의 장래성과 뉴욕 양키스 홈구장에서의 첫 홈런이란 상징성이 담겨있다는 것.
아시아신기록인 56호 홈런은 세계 최연소 300호 홈런보다 관심이 더 커 볼의 가치가 최소한 1억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홈런볼은 기준이나 경쟁 상품이 없는 ‘희귀품’이라 가격은 예측불허. 삼성 구단 관계자는 “담장을 넘어간 홈런공은 주운 관중의 것이다. 구단에서 굳이 확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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