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 약화의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상승세를 이어오던 주가도 크게 빠졌다. 특히 외국인에 이어 개인들마저 ‘팔자’ 공세에 가세하면서 종합주가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및 증권시장에서는 달러화 및 주식 매각 물량이 쏟아지면서 투매에 가까운 모습이 나타났다.
▽G7회의의 직격탄 맞은 국내 외환시장=최근 엔화 강세(달러당 엔화환율 하락)와 미국의 원화가치 평가절상 요구 등이 겹치면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를 이미 ‘대세’로 받아들여 왔다.
특히 5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넘쳐나면서 원화환율 하락 압력은 더 강화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필요하면 돈을 찍어서라도 막겠다”는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달러당 1170원대를 ‘사수(死守)’해 왔다.
22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직접적 이유는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 선언문 때문이었다.
이창형(李昌炯)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중국 등을 겨냥해 ‘경제 여건에 기초한 환율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담은 G7 선언문에 일본도 합의했으며 이것이 시장에서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 기대감을 높였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우리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연말 원화 환율이 달러당 1150원 수준이나 그 아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말 환율이 1100원 초반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이미 예상한 바 있으며 내년에는 1100원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종수(河宗秀) 외환은행 외환팀 차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하면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연말에 달러당 1130원까지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다만 한국의 열악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증시에도 직격탄=22일 증권거래소의 하락 종목수는 708개로 전체 상장 종목 가운데 82%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또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KT&G가 보합을 유지한 것을 빼고는 전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환율 급락의 영향으로 내수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6.28%(2만7000원 하락) 급락하면서 40만원대에 턱걸이로 걸친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삼성전기 LG전자 삼성SDI 포스코 등 수출 중심주들이 4∼7%의 급락세를 보였다. 한국전력 KT KT&G 등 내수 관련주가 보합 또는 약보합에 그쳐 그나마 지수 하락 압력을 어느 정도 견뎌내는 역할을 했다.
장인환(張寅煥) KTB자산운용 사장은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환율급락의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이번 폭락으로 주가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워낙 조정의 충격이 커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강신우(姜信祐) PCA투신운용 전무도 “주가 상승추세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급락한 틈을 타 저가(低價)매수도 시도해볼 만하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시그널이 보이면 강한 반등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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