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삼성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국민타자’ 이승엽(27)의 몸값이 나왔다. 그의 에이전트사인 SFX는 최근 이승엽에게 관심을 보인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은밀하게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승엽의 요구액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이승엽을 체크하기 위해 한국에 스카우트를 파견했던 구단은 LA다저스를 포함해 시애틀 매리너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미네소타 트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 6개 팀.
이 가운데 한 구단엔 연봉 150만달러에 3년 계약을 불렀고 다른 구단엔 연봉 300만달러를 제시했다. 요구 연봉이 2배나 차이 나는 것은 SFX측의 협상전략. 1루수인 이승엽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구단엔 요구액을 높게 부르고 미온적인 구단엔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을 부른 것.
SFX측의 제시에 대해 구단들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FA가 되는 선수라도 시즌 중에는 사전접촉으로 뒷거래(tampering)를 하는 게 금지돼 있기 때문. 따라서 시즌이 종료되는 10월 말부터 본격적인 스카우트 열기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구단은 나름대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특히 LA다저스와 시애틀이 이승엽 잡기에 가장 몸이 달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토미 라소다 부사장이 대구구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LA다저스는 올 시즌 뒤 1루수 프레드 맥그리프가 은퇴할 예정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하위 수준의 공격력을 보인 LA다저스는 슬러거가 절실한 입장.
게다가 로스앤젤레스엔 60만여명의 한국 교민이 있어 이승엽을 스카우트하면 관중 수입으로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또 성격이 예민한 이승엽이지만 교민들이 많은 로스앤젤레스에선 적응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그의 에이전트인 존 킴이 지난달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한 것은 LA다저스 입단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예측을 낳게 한다.
시애틀도 1루수 존 올러루드가 올 시즌 뒤 FA로 풀려나면 역시 1루수가 필요하다. 시애틀은 이미 이치로와 사사키, 하세가와 등 동양인 선수들을 영입해 톡톡히 재미를 본 상태. 추신수와 백차승도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뛰고 있다. LA다저스와 함께 이승엽 영입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아직 이승엽이 3년간 계약금을 포함해 2100만달러에 사인한 뉴욕 양키스의 히데키 마쓰이에 못 미친다는 평가.
한 스카우트는 “연봉을 1년에 얼마 하는 식으로 계약하진 않는다. 인센티브를 포함해 차차 연봉이 늘어나게 사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연봉 150만달러 이상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10월 말부터 밀고 당기는 협상전이 펼쳐지겠지만 SFX측의 요구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반응으로 미루어 이승엽의 몸값은 사이닝보너스와 인센티브, 연봉을 포함해 3년간 총액 500만달러(약 60억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SFX는 이승엽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현대 심정수의 적정 몸값을 연봉 100만달러 선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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