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제기랄, 왜 하필 나야?”…홈런 대기록의 희생양들

  • 입력 2003년 9월 24일 17시 51분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홈런 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이 ‘빛’이라면 홈런을 맞을 투수는 ‘그림자’다.

역대로 홈런 대기록의 희생양은 약속이나 한 듯 이름깨나 있는 투수였다. 스타 투수일수록 도망 다니는 투구보다는 정면 승부를 펼쳤기 때문.

99년 이승엽이 전년도 우즈(두산)의 기록을 넘어 43호 홈런을 터뜨릴 때 제물은 롯데 문동환이었다.

문동환은 최근 들어선 잦은 부상으로 제몫을 못하고 있지만 그해 17승4패를 거두며 롯데를 포스트시즌에 끌어올리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지난 6월에 터진 이승엽의 세계 최연소 300홈런은 SK 김원형의 공 끝에서 나왔다.

김원형은 올해 6승7패 1세이브에 머물고 있지만 데뷔 첫해인 91년 ‘어린 왕자’로 불리며 일약 쌍방울의 에이스를 차지했던 중견투수.

99년 터진 신기록 54호는 해태 강태원, 올해 타이 홈런은 LG 김광수로부터 뽑아냈다.

이들은 앞의 투수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야구팬이면 다 아는 알토란 선수. 이젠 은퇴한 강태원은 최고의 불펜요원이었고 올해로 고졸 4년차를 맞는 김광수는 LG의 미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박찬호(텍사스)와 김병현(보스턴)이 홈런 기록의 카운터파트가 됐다.

박찬호는 LA다저스 시절인 2001년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가 마크 맥과이어(70개)의 기록을 깰 때인 71호와 72호를 연거푸 허용했다. 박찬호는 그해 올스타전에서도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에게 홈런을 내줘 그의 은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조연 역할을 했다. 99년 4월24일 페르난도 타티스(세인트루이스)에게 3회에만 두방의 만루홈런을 허용한 것은 이 부문 불명예 신기록.

또 김병현이 애리조나 시절인 2001년 11월1일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데릭 지터에게 허용한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은 메이저리그에 ‘미스터 노벰버’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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