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평가를 의뢰하면서 총사업비를 축소한 자료를 제공해 경제성을 과대 포장했다. 그런데도 경제성이 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평가보고서 초안이 나오자 다음엔 평가항목을 무리하게 변경시켰다. 이 같은 왜곡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결론 내린 공식보고서가 나오자 확정된 사업계획과 다른 자료를 근거로 추가보고서를 만들게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꿰맞추기가 아니라 조작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또 굴포천 치수사업을 경인운하사업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목적인 수해방지대책은 한동안 방치했다. 이 때문에 1998년과 99년 홍수 때 굴포천 유역에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과 물류 개선 가운데 우선순위도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운하의 다리 높이를 잘못 계산해 컨테이너선의 굴뚝이 걸리는 상황이 빚어질 뻔했다고 하니 이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대로 진행됐더라면 다리를 고치느라 또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을 낭비해야 했을까.
정부는 감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운하사업의 경제성과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재검토해야 한다. 그 결과 경제성이 없다면 사업 자체의 백지화도 주저해선 안 된다.
물론 다른 국책사업 가운데 이미 충분한 평가와 의견수렴을 거친 사업까지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이나 집단의 이기주의에 발목 잡혀 다수 국민을 위한 국책사업이 지연되면 엄청난 예산이 낭비될 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에 악영향이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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