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불합리한 면면들을 바로잡겠다며 붓의 날을 세우느라 영일이 없던 논객 진중권이 자신의 본업이었던 미학연구로 돌아왔다. 올해만 해도 이미 ‘앙겔루스 노부스:진중권의 미학에세이’, ‘레퀴엠:죽은 자를 위한 미사’ 등 미학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들을 내놓긴 했지만, 연구자의 자세로 미학이론에 진지하게 접근한 것으로는 오랜만에 ‘미학오디세이’(1994)를 잇는 책을 낸 셈이다.
그는 먼저 근대 속에서 ‘탈근대’의 주문을 읊조렸던 월터 베냐민, 마르틴 하이데거,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사상을 검토하고, 이들이 ‘탈근대’의 선구자였음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탈근대’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전파했던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장 보드리야르 등의 미학을 정리했다.
책의 부제는 ‘숭고와 시뮬라크르의 이중주’. 저자는 이 책에서 노리는 바가 “현대예술은 ‘숭고(崇高)’와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서로 대립하며 보족(補足)하는 두 개념으로만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대예술에는 ‘숭고’의 무거움과, 그것을 파괴하며 가상성이 현실성을 압도하는 ‘시뮬라크르’의 가벼움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시선을 견지하며 현대 사상가 8명 속에서 이 ‘숭고’와 ‘시뮬라크르’의 미학을 찾는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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