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엽아! 날려줘” 외야덮은 잠자리채

  • 입력 2003년 9월 28일 18시 16분


“56호 잡자”‘애타는 56호.’ 이승엽이 28일 SK와의 대구경기 6회말 타석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이날 각종 그물채를 들고 대구구장을 찾은 관중은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염원했지만 ‘이승엽의 56호’는 아쉽게 터지지 않았다. 대구=연합
“56호 잡자”
‘애타는 56호.’ 이승엽이 28일 SK와의 대구경기 6회말 타석에서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이날 각종 그물채를 들고 대구구장을 찾은 관중은 ‘홈런 아시아 신기록’을 염원했지만 ‘이승엽의 56호’는 아쉽게 터지지 않았다. 대구=연합

“홈런요? 맞든 안 맞든 상관 안해요. 우리 팀이 이기는 데만 신경 쓸 겁니다.”

28일 대구 삼성전 선발로 나선 SK 왼손투수 김영수(28)는 경기 전 의외로 침착했다. 그는 전날 원정지인 대구에 일찌감치 도착해 숙소에서 TV로 ‘이승엽에게 고의볼넷을 던지다 난장판이 된 사직구장 모습’을 지켜봤다고 했다.

이승엽 남은경기 일정
날짜상대(구장)
9월29일LG(잠실)
9월30일LG(잠실)
10월1일기아(광주)
10월2일롯데(대구)

“내가 거기서 던지고 있었다는 상상을 해봤어요. 플레이오프 진출이 걸려있었어도 롯데 팬들이 그렇게 흥분했을까요. 오늘 상황을 봐서 승엽이하고 승부할 땐 승부하고, 피할 때는 피할 겁니다. 대구 팬들도 이해해주겠죠.”

SK는 한화와 피 말리는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태. 팀을 위해 1승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김영수는 이승엽뿐만 아니라 모든 삼성타자들을 상대로 1구 1구에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렸다. 6회 초 삼성 선두 진갑용에게 좌중월 1점홈런을 맞을 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노히트노런의 놀라운 피칭.

이승엽의 홈런포도 막혔다. 1회 첫 타석에선 2루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날렸고 4회엔 볼넷. 6회엔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중견수 앞 2루타를 날렸으나 9회엔 볼넷으로 끝내 홈팬들 앞에서 홈런을 터뜨리진 못했다. 25일 광주 기아전에서 55호를 날린 뒤 2경기 째 무홈런. 이승엽은 이제 4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아 마음이 급하게 됐다.

SK는 선발 5와 3분의2이닝 동안 2안타 1실점한 김영수의 호투와 이호준의 2점홈런 등으로 5-1의 승리를 거뒀다. 이날 오전부터 팬들이 몰린 대구구장은 경기시작 2시간 전에 일찌감치 1만2000석의 표가 매진돼 ‘이승엽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편 2위 기아는 잠실 LG전에서 11-3으로 이긴 반면 선두 현대는 대전 한화전에서 6-7로 재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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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기아는 29일 광주에서 현대와의 맞대결을 이기면 남은 2경기에서 1승1패를 하더라도 페넌트레이스 선두 탈환이 가능하게 됐다. 반면 현대는 시즌 최종전인 29일 광주경기가 사실상 선두 결정전.

시즌 막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화는 4-6으로 뒤진 8회 임수민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9회 1사 3루에서 임재철의 끝내기 적시타로 승리를 거뒀다. 임재철은 1회와 3회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안타 4타점의 맹타.

한편 현대 심정수는 27일 LG와의 수원 홈경기에서 1회말 선제 2점 홈런으로 시즌 53호를 기록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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